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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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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으로 아빠 잃고 엄마는 당뇨 투병 중인 세 살 지원이

[2016 경남 1% 기적] 몸 아파 일 못하는 엄마와 살아갈 길 ‘막막’
아빠 세상 떠난 후 소득 끊기고 엄마는 투병하느라 심신 쇠약

  • 기사입력 : 2016-10-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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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가 날마다 아빠를 찾아요. ‘아빠 어딨어’하고 물으면 ‘아빠는 아야해서 삐용삐용에 있대요’라고 달래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이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음에도, 말을 꺼내면 다시금 눈물이 차올랐지만 똘망한 눈으로 엄마를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차마 우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듯 자꾸만 입을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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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 사는 세 살 지원이가 엄마·여동생과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지원이(가명·3)는 지난 8월 중순 아빠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올해 2월 갑작스러운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고작 반 년 만이었다. 지원이는 이제 엄마(38)와 한 살배기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원이의 아빠와 엄마는 조금 늦은 나이에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다른 가정과 다를 바 없이 행복이 흘러 넘쳤다. 아빠는 사천의 작은 회사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네 식구가 먹고 살 만큼은 벌었고, 엄마는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며 아빠를 내조했다. 지난해에는 동생도 생겨 출산을 앞두고 기대에 찬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웃으며 살던 지원이 가족의 상황은 갑작스럽게 큰 위기를 맞았다. 올해 초 아빠가 회사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있다는 소견과 함께 추가 검사를 권유받았고, 검사를 예약한 상황에서 갑자기 코피를 자주 흘리는 이상증세가 심해졌던 것이다. 급하게 찾은 동네 신경외과에서는 ‘큰 병이 의심되니 빠른 시일 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소견을 들었다.

    ‘설마’는 현실이 됐다. 창원경상대병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항암치료 중 5월 고모로부터 골수를 이식받았지만, 면역이 이미 크게 떨어진 탓에 위암까지 발병하며 결국 세상을 떠났다.

    나을 수 있다고 믿었던 지원이 엄마는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백혈병 진단’도 갑작스러웠는데 아이 아빠가 세상에 없다는 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원이 엄마는 “모든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이제야 애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막막하다”고 말했다. 남편 얘기를 물을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답변하려 했지만 눈물을 삼키고 목소리를 가다듬다 보니 적막이 반복됐다.

    지원이 여동생은 아빠의 골수이식 수술날에 태어나 아빠와 함께하지 못한데다, 엄마의 쇠약해진 심신 탓인지 미숙아로 태어났다.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면서 소득은 커녕 골수이식 비용을 지불할 형편도 안된다. 남편이 떠나면서 보험으로 얼추 해결이 됐지만 당뇨를 앓고, 가사만 하던 부인이 당장 아이들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원이 엄마는 당뇨가 심해 인슐린 주사도 매일 1번씩 맞고 있다.

    생전에 아빠를 잘 따르던 지원이는 요즘 부쩍 아빠를 찾는다. 남편을 여의고 아이들과 함께 통영 친정에서 노모와 함께 마음을 추스르고 있지만, 매일 아침 아빠 어딨냐고 묻는 지원이 질문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지원이 엄마는 “앞으로 아빠가 어딨는지 설명하는 것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당장 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든 빨리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겠다. 바라는 건 아이들이 건강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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