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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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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인사동 골목을 걷다가- 민창홍(시인)

  • 기사입력 : 2016-10-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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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갈 기회가 생기면 인사동 골목에 한 번씩 간다. 추억 삼아 가는 곳이다. 대학 다닐 때이니까 오래전 일이다. 서울역에서 친구를 만나 함께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덕수궁에 들러 현대미술관에서 그림 감상을 하고 인사동 골목을 따라 화랑을 탐험하듯 돌아다니다가 명동에 가서 음악 감상을 하고 대학로에 들러 연극을 보곤 했다. 그때의 인사동 골목은 지방에 사는 내게 신세계 같은 곳이었다.

    올가을에 학생들을 인솔해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학생들이 서울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인사동 골목이었다. 평일인데도 인사동 골목에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스치며 지나는 사람들 다수는 관광객이었다. 우리와 모습은 비슷하지만 중국어와 일본어를 쓰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히잡을 쓴 여인부터 낯선 이방인들까지, 인사동은 세계인이 모이는 골목처럼 보였다. 더구나 체험학습 온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과 볼거리로 인사동은 북적였다.

    인사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세계의 벽을 허물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거리가 돼 있었다. 노소가 따로 없이 활기가 넘치는 젊음이 있었고 우리 고유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도 살아 있었다. 간판들도 외래어 표기 없이 모두 한글로 기록돼 있었다. 전에 비해 먹거리나 볼거리가 훨씬 많았다. 인사동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사동 골목이 별거 아니더라 하고 애써 태연하려 해도,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라는 것과 볼거리가 많은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단순하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거리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 마산지역에도 인사동 골목 같은 곳이 창동이다. 얼마 전부터 창동예술촌이 만들어지면서 창동 골목이 제법 유명해지고 있다. 작가들이 입주하고 공연 장소도 만들어지고 예술인들의 사랑방도 있다. 그리고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많이 생겼으며 먹거리도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 지역 학생들은 왜 인사동은 가보고 싶은데 창동은 가보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아직도 마산의 많은 사람들은 칠팔십 년대 창동을 추억하고 있다. 필자가 마산에 처음 발을 내딛던 팔십 년대는 창동 골목이 인사동 골목 못지않았다. 지금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느 골목으로 접어들면 그림과 시화 액자가 걸려 있었고 가까운 주점에는 음악과 함께 예술가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도시 개발로 인해 상권이 외곽으로 바뀌어서인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예전의 명성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술가들과 지역상인회와 창원시에서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외지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예향의 도시인 마산의 명소가 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인사동처럼 인터넷 홈페이지에 상가 및 예술행사에 대한 안내를 하고 홍보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창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월에는 창동에서 문화 예술행사가 많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겠지만 추억 삼아 찾아주는 창원시민들의 발걸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시민과 함께 마산 창동거리에도 관광객이 넘쳐나는 상상을 해본다.

    민창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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