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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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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횡포 뿌리 뽑자] (2) 영업점 종사자 피해 심각

“손님이 왕” 악성고객에 몸과 마음 멍든다
“건방지다” 뺨 때리고 기물 파손
경남신문-경남경찰청 공동기획

  • 기사입력 : 2016-10-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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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점 종사자들에게 이뤄지는 ‘갑질 횡포’는 심각하다.
     
    소위 ‘블랙컨슈머 (악성고객)’들의 폭력·폭언은 음식점과 주점, 마트·편의점, 휴대폰매장, 자동차매장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점상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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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0일 창원시 성산구 휴대폰매장에서 한 여성손님이 “교통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며 항의를 하다 여성종업원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을 했다.

    ◆휴대폰 매장 사례= 지난 8월 23일 밤 9시 40분께 함양군 함양읍 휴대폰 대리점 종업원 A(26)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밤 늦게까지 매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B(46·무직)씨가 들어왔다. B씨는 매장에 들어와서는 담배를 꺼내 피웠다. A씨는 “매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B씨는 “손님에게 왜 그렇게 건방지냐”고 A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휘둘렀다.

    악성고객인 여성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8월 20일 밤 9시께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휴대폰매장 여성 종업원 C(28)씨는 처음 보는 D(30·여·무직)씨에게 뺨을 맞고 머리카락을 잡아 뜯기는 등 잊을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D씨는 이날 “휴대폰 교통카드 결제가 잘 되지 않는다”며 C씨에게 즉각적인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D씨는 “지금 당장 해결이 어렵다”는 C씨의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8월 26일 오후 1시 10분께 사천시 동금동에 있는 휴대폰매장에서는 E(54·무직)씨가 홈쇼핑에서 구입한 휴대폰을 개통하려는 과정에 여성 종업원 F(54)씨가 “유심 칩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말한 데 화가 나 매장 내 컴퓨터모니터 등 기물을 던져 파손하고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식당·주점 사례= 주로 만취상태 블랙컨슈머들이 많은 식당과 주점에서 발생하는 ‘개념없는’ 갑질 횡포도 빈번하다.

    지난 8월 14일 새벽 1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한 주점에 젊은 여성손님 G(24·무직)씨가 찾아왔다. G씨는 이 주점이 있는 상가건물 소유주의 딸이었다. G씨는 술을 마신 뒤 종업원 H(34)씨에게 술값이 비싸다며 신용카드를 집어던지는 등 행패를 부리다 귀가했다. 그러나 그 이후 G씨의 보복이 이뤄졌다. G씨는 17일 오전 0시 20분께 주점을 다시 찾아가 “휴대폰 충전기를 돌려달라”면서 지폐를 H씨의 얼굴에 던지는 등 2차례에 걸쳐 1시간여 동안 행패를 부렸다. H씨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성에게 받아야 했던 인격적 모멸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밤 9시 4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라이브주점에서 I(48·무직)씨는 업주 J(52)씨의 서비스가 불친하다는 이유로 얼굴을 4차례 때렸다. 이에 깜짝 놀란 J씨의 아내는 이를 만류하려다 I씨로부터 강제추행까지 당했다. I씨는 “술값 본전을 찾아야겠다”라며 아내의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

    이 밖에 양산시에서는 외상으로 물건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슈퍼주인, 남해군에서는 물건 계산을 빨리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을 당한 대형마트 종업원, 김해시에서는 현금인출기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편의점 종업원, 거제시에서는 자신에게만 불친절하게 대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편의점 여성 종업원 등 도내 영업점 종사자들은 매일 블랙컨슈머 폭행·폭언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악성고객 40~50대가 76%= 23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횡포’ 특별단속으로 40여일 동안 337명을 입건했으며, 이 중 영업점을 상대로 한 불법행위자는 58명으로 전체의 17.2%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폭행·상해가 42.9%로 가장 많았고, 업무방해 33.9%, 재물손괴 8.9%, 협박 5.4% 등 순이었다.

    이 같은 블랙컨슈머들의 연령을 보면 50대가 34.5%로 주를 이뤘다. 다음으로 40대 31.0%, 30대 22.4%, 60대 이상 6.9%로 분류됐다. 직업별로는 무직인 50.9%로 절반을 차지했고, 회사원 22.8%, 노동자 14.0%였다.

    갑질 가해자는 성별로는 남성이 94.8%였고, 여성도 5.2%의 비율을 보인 반면, 피해자는 여성이 57.1%로 남성 42.9%보다 많았다.

    경찰은 “영업점 상대 갑질 횡포 가해자는 4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에서 높게 나타났고 이들의 직업은 무직과 회사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특히 여성 등 사회 약자에 대한 갑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영업점 종사자들은 손님에게 폭행 등을 당해도 영업에 불이익이 올 수 있고 오히려 자신들이 해고될 수 있는 등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회피하는 경향이 많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핫라인 구축해 엄정대응”= 이에 따라 경찰은 갑질 횡포가 잦은 휴대폰 매장 상위기관 또는 대형마트 등과 핫라인을 구축해 블랙컨슈머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는 한편, 보복성 행위 방지와 피해자 법률지원 등을 통해 종사자들의 2, 3차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손님은 왕이라는 지나친 고객중심의 영업 관행이 이 같은 사회 약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불러오면서 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권은 무시돼 왔다”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횡포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제도 마련 등에 앞서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가 이를 뿌리뽑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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