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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밥 딜런은 노래로만 말한다 - 서영훈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6-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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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던 밥 딜런은 “노벨상 수상자”라고 연호하는 관객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의 수상 소감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는 대신 앙코르 곡으로 ‘이제 와서 왜 나를 바꾸려고 해(Why Try to Change Me Now)’를 불렀다.

    ‘난 감상적이라서 비를 맞고 다니고, 나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버릇들이 있어. 길모퉁이를 돌다 보면, 스페인에 와 있는 거야. 이제 와서 왜 나를 바꾸려고 해.’

    프랭크 시나트라의 이 노래를 부른 것을 두고, 노벨문학상을 거부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인데, 나를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려 들지 말라는 밥 딜런 방식의 시위로 해석될 수 있다.

    노벨문학상을 실제 받고 안 받고는 수상자의 자유의지에 달렸지 않은가.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장 폴 사르트르는 지난 1964년 이맘때 사르트르다운 말로 수상 거부 이유를 밝혔다.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가지고만 행동해야 한다.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은 작가를 유·무형의 압력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와 작가 장 폴 사르트르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 와서 왜 나를 바꾸려고 해’ 노래를 부른 밥 딜런이나, 수상을 거부하는 이유를 인터뷰에서 밝힌 사르트르나 그 표현 방식은 달랐어도 뜻은 매한가지인 듯하다.

    작사·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밥 딜런이 실제 이 상을 받고 안 받고는 또 다른 문제다.

    한림원 노벨문학상 선정위원 중 한 명은 밥 딜런이 여태까지 수상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례하고 오만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림원이 문학상 선정위원회를 열어 그들의 방식대로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해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로, 밥 딜런은 자신의 방식으로 선정 결과에 대응하고 있다. 피장파장이다.

    밥 딜런은 1962년 ‘바람에 실려서’ 또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번역되고 있는 ‘Blowin’in the Wind’를 발표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람은 얼마나 많이 위로 올려다보아야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사람이 얼마나 많은 귀를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이 우는 걸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바람 속에 있지’와 같은 시대정신을 담은 노랫말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노래로 자신의 생각을, 철학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뮤지션이다. 그는 노래를 통해 이미 상을 넘치고도 남을 만큼 받았다. 영화의 아카데미상에 비견되는 그래미상을 모두 11차례 받았고, 198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이런 영예 위에 노벨문학상은 더께일 수도 있다.

    인권 및 반전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통하는 밥 딜런은, 사르트르가 작가는 글을 가지고만 행동해야 한다고 했듯이, 노래로 말하고 노래로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서영훈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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