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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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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가전 ‘스타일러’, 어떻게 탄생했을까

LG전자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개발 스토리
2006년 개발팀 꾸린 후 5년만에 탄생

  • 기사입력 : 2016-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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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창원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조립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창원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돼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가전 제품이 있다. 2011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LG트롬 스타일러다.

    스타일러는 옷을 빨거나 다리지 않고도 마치 새옷처럼 다시 입을 수 있도록 관리해준다는 콘셉트로 등장한 의류관리기다.

    출시 당시에는 생소한 데다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크기가 커서 식당 등에 판매되는 등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더 작고 더 편리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대중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양복을 주로 입는 회사원에서부터 싱글족까지, 더 나아가 해외에까지 고객층을 점차 확대하면서 가전제품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창원공장 생산량 지난해 대비 50% 증가

    지난 20일 오후 창원산단 내 LG전자 창원2공장의 세탁기 생산공장 내 스타일러 생산라인. 이곳에서는 바디와 문짝, 사이클 어셈블리(컴프레서 모터 포함) 등 협력업체로부터 들어온 각종 부품들을 생산라인을 따라 내려가면서 하나씩 결합시켰다. 아직까지는 생산물량 등으로 인해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고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조립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검사라인으로 넘어가 부품의 결합 상태 등 각 분야별 검사가 이뤄지고 이어 초기수명시험, 기능검사 등을 거쳐 제품이 출고됐다.

    이곳 담당자는 “세탁기나 냉장고에 비해선 아직까지 생산량이 비교가 안되지만 올 들어서 국내외에서 고객층이 계속 확대되면서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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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러는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는 옷장에 오래 보관해 눅눅해진 양복이나 블라우스, 교복 등 매번 세탁하기 부담스러운 의류의 생활 구김이나 냄새를 관리해줘 쾌적한 상태로 입을 수 있도록 해준다. 버튼 하나로 스팀과 무빙행어(Moving Hanger)를 이용해 잦은 드라이클리닝으로 인한 의류 손상을 방지하고 건조는 물론 살균까지 간편하게 끝낼 수 있다.

    습식 사우나처럼 따뜻하고 축축해진 스타일러 내부에서 빠르게 진동하는 행어가 옷에 묻은 먼지와 구김을 제거한다. 스팀은 옷감 깊숙이 밴 냄새 입자를 포획해 저온(40℃) 건조 과정에서 함께 날려버린다. 동시에 세균도 99.9% 없애준다. 마지막은 향기(자스민 블루·프렌치 핑크 2종) 처리로 마무리한다.



    ◆스타일러는 융복합 기술의 집약체

    스타일러는 기존 가전제품의 핵심기술들이 융복합돼 있는 제품이다.

    세탁기의 스팀 기술, 냉장고의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 에어컨의 기류 제어 기술 등이 스타일러 핵심이다.

    각종 옷감에 맞는 적절한 스팀양은 얼마인지, 가장 효율적으로 먼지와 냄새, 세균까지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오랜 연구개발 끝에 기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는 개발됐다. 또 가정에서 기존의 가구들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자랑하며 지난해 ‘2015 우수디자인 상품선정’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호텔, 리조트에서도 이제는 필수품

    호텔, 리조트 등 고급 숙박시설에서 투숙객들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타일러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원랜드 컨벤션호텔, 글래드 호텔 여의도,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 더클라우드 호텔 제주 등이 고급 객실에 스타일러를 설치했다. LG전자가 올 상반기 숙박시설에 공급한 스타일러도 작년 하반기 대비 60%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지난 6월 대용량 모델인 듀얼 스타일러(모델명: S6RDB)도 출시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양문형 냉장고와 비슷한 형태의 듀얼 스타일러는 각각 4벌(상의 3벌, 하의 1벌)씩 총 8벌의 옷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호평

    미국 가전 전문 유력 매체인 트와이스(TWICE)는 지난 23일(한국시간) ‘VIP 어워드’를 발표하고 ‘고효율 세탁기’ 부문에서 스타일러를 최고 제품으로 선정했다. VIP 어워드는 매년 발표된다.

    LG전자는 시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 출시한 스타일러에 현지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기능을 반영했다. △스포츠 활동이 많은 점을 반영해 살균력을 강화한 스포츠 의류 코스 △인형, 베개 등을 살균하고 건조해주는 인형 코스 등을 적용했다.

    아울러 트롬 스타일러는 최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지난해 체코에서 스타일러의 유럽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말까지 독일, 네델란드, 러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명용 기자



    "구겨진 옷 펴는 생활의 지혜에서 아이디어 번뜩"

    트롬 스타일러는 LG전자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 부인의 아이디에서 나왔다고 한다. 조 사장이 중남미 출장을 갔을 때였다. 옷을 가방에 워낙 오래 넣어놔 구김이 심해졌는데 호텔엔 다리미가 없었다. 당시 부인이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수증기가 꽉 찬 상태에서 옷을 걸어 놓으면 효과가 있다”고 얘기해 준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옷이 수분을 흡수하고 마르는 과정에서 주름이 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02년 처음 스타일러 콘셉트를 기획했고, 2006년 창원공장 세탁기연구소에 스타일러 개발팀이 꾸려지면서 본격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시도라 비교 대상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의류 관련 가전제품은 세탁기, 다리미 정도뿐이었다. 개발팀은 물 세척이 안되는 고급의류 관리를 위한 솔루션, 물 세탁 이후 건조·탈취, 주름 제거, 보관 등 일련의 과정을 담당하는 솔루션을 만들어야 했지만 기존의 세탁기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과정이어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다 보니 크기와 형태를 결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일반 주택에 설치가 가능해야 하고 수많은 의류를 모두 검토한 이후 기본적인 형태를 결정했다.

    주름을 펴기 위해서는 힘을 가해야 하는데, LG 스타일러는 ‘무빙행어’가 그 역할을 한다.

    힘껏 흔들어서 주름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음이 적고 내구성도 확보돼야 했다. 최적의 속도, 진동 간격, 옷걸이 간 거리 등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데만 1년 반 이상 걸렸다.

    5년의 기나긴 연구개발 끝에 2011년 세상에 없던 가전, LG트롬 스타일러(1세대)가 탄생한 것이다. 이어 2014년 말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크기를 줄인 2세대 제품을 내놨다. 2세대 제품에는 ‘바지 칼주름 관리기’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다림질 효과는 팬츠 프레스로 구현했다. 또 전용 옷걸이가 아닌 두께 3~4.5㎜의 일반 옷걸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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