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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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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951) 제17화 부자들의 땅 31

“커피만 마시고 가겠습니다”

  • 기사입력 : 2016-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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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청년의 앞에 앉아서 찬찬히 얼굴을 살폈다.

    “저, 말씀 낮추세요. 저 아직 어려요.”

    청년이 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들면서 말했다.

    “몇 살이에요?”

    “스물세 살이요.”

    청년의 나이가 어리기는 어리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반말을 해도 될 것이다.

    “학생이야?”

    “네. 재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청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서경숙은 청년이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했다.

    “무슨 과야?”

    “의과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모양이네. 옷이 마르지 않아서 어떻게 하지?”

    “괜찮습니다. 커피만 마시고 가겠습니다.”

    “그래. 학교에 가야지.”

    서경숙은 청년을 보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토요일입니다.”

    “그런가? 부모님이 집에서 기다리고 계시겠지.”

    “집은 서산에 있습니다. 저는 자취를 하고 있고요.”

    “그럼 옷이 마를 때까지 쉬었다가 가.”

    서경숙이 웃으면서 말했다. 청년도 이대로 집을 나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눈이 빠르게 서경숙의 가슴을 더듬었다.

    “감사합니다.”

    청년은 눈이 맑고 입술이 도톰했다. 이는 하얗고 가지런했다. 피부가 우윳빛이어서 귀공자 스타일이었다. 서경숙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창문이 덜컹대고 흔들렸다. 밖에서 바람까지 불어 빗발이 사선으로 날리고 있었다. 청년은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돌아갔다. 서경숙은 그에게 밥도 해주고 차비도 주어서 보냈다. 그가 그녀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 가지고 돌아갔다. 나중에 돈을 갚겠다고 했다. 욕망이 맹렬하게 일어났으나 그와 사랑을 나누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청년은 의외로 순진했다. 그의 이름은 이준석이라고 했다.

    “청승맞게 비가 하루 종일 오네.”

    오후에 골프연습장에 나가자 민 언니가 투덜거렸다. 서경숙은 힘차게 퍼팅을 했다. 하얀 공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기운 좋네. 얼마나 나간 거야?”

    민 언니가 놀라서 물었다.

    “먹고 남는 건 기운밖에 없어요.”

    서경숙은 농담으로 응수했다.

    “야, 술이나 한잔할까?”

    “맨날 무슨 술을 마셔?”

    오늘따라 정수련이 보이지 않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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