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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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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일상 속 갤러리

훌쩍 다가온 예술

  • 기사입력 : 2016-10-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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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갤러리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아마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편한 옷보다는 차려입은 채 방문해야 할 것 같고, 왠지 모를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 갤러리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랬던 갤러리가 어느 순간 가까워졌다. 병원이나 은행, 기업, 단체, 백화점 등 다양한 장소 안에 갤러리가 생기면서부터다.

    따로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아도 볼일을 보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그림을 보고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의 삶 속에 한층 가깝게 자리 잡은 ‘일상 속 갤러리’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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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상공회의소 ‘챔버갤러리’

    ◆일상 속 갤러리, 어떤 곳이 있나

    현재 갤러리가 있는 도내 기업, 병원, 단체로는 창원상공회의소(챔버갤러리), 경남스틸(송원갤러리), 창원·김해 the큰병원(숲갤러리), BNK경남은행(BNK경남은행 갤러리), 롯데백화점 마산점(더 갤러리), 무학(굿데이갤러리), 고운메디컬(갤러리고운) 등이다. 건물 로비를 리모델링해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챔버갤러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이 독립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2달 간격으로 꾸준히 새로운 전시를 열고 있다.

    설립 계기는 다양하지만 큰 틀에서 취지는 동일하다. 갤러리 운영을 맡고 있는 관계자들은 모두 “지역민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최근 각 기업이나 기관, 단체가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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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the큰병원 ‘숲갤러리’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이들 갤러리는 대부분 지역작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운영한다. 2009년 개관해 현재까지 37번의 전시를 연 챔버갤러리는 모두 지역작가를 초대했다. 주로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 전업작가를 선정한다. 2012년 개관한 송원갤러리도 모든 전시를 지역작가 중심으로 기획하고 있다. 역시 2012년 개관해 주로 단체전, 기획전을 열고 있는 BNK 갤러리는 지역 작고 작가, 중견작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작가까지 초청작가의 스펙트럼이 넓다. 각각 2010년, 2014년 개관한 창원, 김해 숲갤러리의 경우 전국 작가를 대상으로 초대하지만 지역작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일반 상업갤러리와 달리 이들은 비영리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부분 무료 대관이고 작품이 판매될 경우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장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홍보나 리플릿 제작 등을 지원하는 곳도 많다. 챔버갤러리와 송원갤러리는 리플릿 제작비, 언론홍보를 지원하고 전시작가의 작품을 1점 구매해 준다. 챔버갤러리와 송원갤러리는 모든 전시 진행과정에서 작가의 비용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숲갤러리의 경우 무료 대관과 함께 리플릿 제작비, 언론홍보를 지원한다. BNK경남은행 갤러리도 무료 대관, 리플릿 제작비, 언론홍보를 지원한다. 더갤러리는 기획, 초대전의 경우 무료대관이며 일반 대관전시의 경우는 작가가 비용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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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메디컬 ‘갤러리 고운’


    ◆긍정적 영향- 낮아진 문턱, 미술 저변 확대

    일상 속 갤러리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갤러리를 가지 않아도 미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을 방문한 김진숙(45)씨는 “백화점에 왔다가 갤러리가 있는 것을 보고 들렀다”며 “평소에 그림을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런 곳에서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창원 the큰병원을 방문한 이정화(38)씨는 “꼭 시간을 내서 전문공간에 가지 않아도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갤러리라는 곳에 대한 선입관이 낮아지고 접근성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BNK 지역공헌기관사업부 송수민 큐레이터는 “은행 업무를 보러 왔다가 들르는 고객들도 있지만, 아예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창원상의 조사홍보팀 김기환(37) 대리는 “전시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이 직접 도슨트(전시설명)를 담당하면서 미술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많다”며 “지역에 살면서 지역작가를 직접 만나고 이들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상의서 6년째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박영원(65)씨도 “그림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아주 크다. 로비에 그림이 없으면 허전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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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경남은행 ‘BNK경남은행 갤러리’


    특히 챔버갤러리는 기업인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실질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기업이 작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 지역작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 창원상의 백시출 부국장은 “갤러리 설립 전만 해도 그림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별로 없었다”며 “갤러리가 생긴 뒤 회사 내에 그림을 걸려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처음에 호기심으로 구매했다가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작가들도 전시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이다. 지역 중견작가 A씨는 “작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지역에 전문 갤러리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런 곳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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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the큰병원 ‘숲갤러리’


    ◆아쉬운 점- 전시작 다양성 부족, 장기운영 불투명

    아쉬운 점도 있다. 병원, 기업 등이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작품을 선호하는 관계로 전시작의 다양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창원 the큰병원 홍보팀 백경희 실장은 “아무래도 병원이다 보니 어두운 느낌의 작품보다는 환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작품들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챔버갤러리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지만 소비되는 작품은 편중된 경우다. 백시출 부국장은 “기업에서는 직원들 사기나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밝고 예쁜 스타일의 작품을 선호한다. 어두운 그림은 판매가 부진한 편”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운영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대부분 기업이나 단체가 갤러리를 무료대관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큰 수익은 나지 않는다. 때문에 운영주체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일부 갤러리의 경우는 대부분의 비용을 주최 측이 부담하는 초대전보다는 작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대관전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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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 마산점 ‘더 갤러리’


    롯데백화점 마산점 더 갤러리의 경우 원래 백화점에서 직접 운영했지만 최근 2년 전부터 백화점과 완전히 분리됐다. 현재 한성권 관장이 백화점에 임대료를 지불하며 독립 사업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한 관장은 “갤러리는 차지하는 공간은 넓은데 수익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편”이라며 “매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의 경우 특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대우백화점 개점 당시 대우갤러리 때부터 이곳을 관리해왔고 지역 문화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크기에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시를 경험했던 작가 중 일부는 자율성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중견작가 B씨는 “어떤 곳은 작가를 많이 배려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초대를 한다는 조건으로 모든 것을 자신들에게 맞추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시로 인해 기업이나 단체, 병원은 홍보 효과와 이미지 제고, 세금 혜택 등을 누리지만 정작 작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특별히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작가 C씨는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쉬는데 보통 기업이나 단체가 주말, 공휴일에 문을 닫으면 갤러리도 같이 문을 닫는다”며 “전문 큐레이터를 두지 않아 관람객이 아무런 설명 없이 그림만 보는 경우도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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