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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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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한 달… 도민 여러분 어떤가요?

각계각층 도민 이야기 들어보니

  • 기사입력 : 2016-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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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27일로 시행 1개월을 맞는다.

    이 법의 시행은 우리 사회문화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경남도민들은 이 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도내 공직자와 직격탄을 맞은 음식업자 등 각계각층 도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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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기준 불명확해 무조건 몸조심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도내 한 공직자는 김영란법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전히 갈피를 못 잡았다. 그는 “법이 시행됐는데 기준이 없다.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결국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인데, 지침도 없고 그냥 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무작정 조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더치페이 같은 의식 변화에 많은 영향은 줬지만 갈수록 영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공직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싶어 저촉되지 않도록 철저히 하고 있다. 실효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공동체문화의 긍정 요소 무너져

    ◆“취지 좋지만 매사 자기검열하게 돼”= 도내 대학의 한 교수는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과 캔커피 하나 마시는데도, 이것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를 고민한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좋지만 법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순간순간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한국문화의 장점으로 소개된 공동체문화의 긍정적 요소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학내에서 논문 심사 과정에서 대학원생들이 교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던 문화도 자율적으로 고쳐지고 있었는데, 이런 자정작용을 무시하고 한순간에 법으로 바꾸는 것은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명확하지 않은 법조항으로 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돼 공직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술자리 대신 ‘저녁 있는 삶’ 찾아

    ◆“음식값 인하” 호응 입장도 많아= 김영란법을 호응하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도내 한 대학 홍보실 과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약속은 잡지 않고 있다. 요즘은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업무상 술자리가 사라지니 ‘저녁이 있는 삶’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많은 식당들이 김영란법에 맞춰 메뉴 가격을 내렸다. 식당 주인은 장사가 안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렸겠지만 가격 거품이 싹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선생님 생일선물을 작년까지 애들끼리 돈을 모아 샀는데 올해는 눈치 보여 애가 준비를 못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카드단말기 용지값도 더 들어

    ◆“서민 고생시키는 법” 토로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은 입장이 또 달랐다. 김해에 있는 오리고기집 업주는 “김영란법 시행되고 웃지 못할 변화가 하나 생기긴 했다. 더치페이를 전보다 많이 하는데, 보통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카드단말기용지 구매가 평소보다 2~3배 들었다”면서 “여러 모로 서민들만 고생시키는 법이다”고 토로했다.


    청탁 줄었지만 취재원 만남 제한

    ◆“취재원 청탁 없어져 편하다”= 도내 기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한 기자는 “술자리에 참석해 보면 기사 청탁 자리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껄끄러운 상황이 사라지니 관계가 편해진 것 같기도 하다”고 한 반면 다른 기자는 “취재원과의 스킨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은데, 이런 기회가 줄어 취재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병원 예약 부탁 크게 줄어들어

    ◆병원에선 예약 등 부탁 크게 줄어= 병원도 많이 달라졌다. 창원경상대학병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일부 사람들이 병원 예약을 할 때 지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나서는 그런 부분이 확실히 줄었다. 덕분에 다른 환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 미연에 방지돼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카네이션 못 받아도 안 서운해

    ◆교직자·군인 등은 큰 저항감 없어= 교직자들도 법 시행과 관련해 큰 불쾌감은 없는 듯했다. 창원의 한 중학교 교감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단 규정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카네이션 하나 못 받는 것에 대해서 섭섭하고 서운하진 않다. 우리도 공직자니까 김영란법 자체가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한 게 아니라, 규정이니까 준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인은 김영란법에 큰 영향이 없는 듯하다. 이 법에 저촉되는 사람과의 만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청탁 관행 근절 등 긍정 변화 많아

    ◆“긍정 변화 더 많다” 평가= 김상균 김해시 시민참여연구소장은 “법 시행 전에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초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가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혼란보다는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다”며 “그동안 관행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만나고, 밥 먹고, 부탁하던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법 시행 이후 진짜 필요한 경우에만 만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한 판사는 “아직까지 김영란법과 관련해 접수된 사건은 없다”면서 “우리 사회에 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법원은 사회의 통념 등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호철·김현미·김재경·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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