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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해시의 조직개편과 관성의 법칙- 허충호(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6-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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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학에서 인적자원관리는 조직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필수과정으로 평가한다. 조직은 사람이 핵심인 만큼 조직의 지속성에 인적자원을 대입한 것이라 이해한다.

    개인과 조직의 유사점은 생각(기획)하고 행동(성과)하고 반추(평가)하고 발전(개선)하거나 퇴보(퇴출)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복수형과 단수형이라는 점이다. 자신만의 판단이나 경험으로 행동하는 개인과 달리 조직은 그들의 문화와 역량을 어떻게 조합·배치하느냐는 복잡한 매트릭스(matrix)를 요구한다.

    조직운용에는 조직이 지향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한 관점이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의 역량과 조직구조작업도 중시된다. 조직원 개개인의 성향도 고려대상이다.

    어릴 적 물리시간에 배워 익숙한 법칙 하나가 있다. ‘관성의 법칙’(뉴턴 제1법칙)이다. 정지해 있는 것은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늘 움직이려 하고, 정지해 있는 것은 특별한 자극이나 동작이 없으면 현상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말이나 행동이 굳어져 습관화된 타성(惰性)과 일맥상통한다.

    코끼리를 어릴 적부터 작은 말뚝에 매어 놓으면 성장한 이후에도 그냥 묶여 있다고 한다. 이른바 심리적 관성이다. 조직이 이런 분위기에 노출되면 말뚝에 묶여도 ‘탈출’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지 못하는 코끼리의 우를 범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

    김해시가 조만간 조직개편을 한다. 시는 2년 전에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적이 있다. 많은 조직에서 이름을 바꾸고, 업무를 조정하고, 사람도 바꿨다. 지금 본청 건물 한쪽에서는 새 조직을 수용할 공간 개수작업이 한창이다. 직원들은 새 조직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친다.

    이번 조직개편의 배경에는 시장이 있다. 30여년을 행정과 함께 살아온 선배, 그것도 김해시에서 대부분의 공직생활을 수행한 전직 공무원이 민선 시장으로 취임했다. 새 시장은 끊임없이 기획하고 과업을 부여한다. 일부 조직에는 업무 과부하가 걸리는 모양새이지만 시장의 입장에서는 새 일을 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

    문제는 사람이다. 조직의 구성원은 사람이고 조직의 핵심인 사람이 관성의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면 조직의 모체(matrix)를 아무리 바꿔도 다람쥐는 쳇바퀴 돌 듯 같은 공간을 돈다.

    업무가 팽창하면 조직체계를 재편하는 게 불가피한 일이지만 관성의 법칙이 지배하는 조직이라면 의미가 퇴색된다.

    김해시가 그런 관성이 팽배한 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개편의 성패는 이런 관성을 제고하는 것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려 함이다. 손자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고 설파했다. 직역하면 장수와 병사가 같은 뜻을 가지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지도자가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그 비전을 공유할 때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관성의 법칙을 상기한다. ‘움직이려는 것은 늘 움직이려 하고, 정지해 있는 것은 특별한 동인(動因)이 없으면 현상을 유지하려 한다.’

    어쨌든 조직개편을 한다면 그게 상하동욕자승이었으면 한다.

    허충호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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