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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 현시혹청(眩視惑聽) - 보는 것을 흐릿하게 만들고 듣는 것을 헷갈리게 한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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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조시대는 임금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는데, 후대로 가면 갈수록 임금들이 멍청이가 된다. 나라 안에서 최고 뛰어난 학자들을 뽑아 정성을 들여 교육을 하는데도 왜 그럴까? 왕을 계승하는 사람들이 책에서만 지식을 배울 뿐,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생활을 해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 어떤 문제를 만나면 대처할 줄을 모른다. 현실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은 거의 바보와 다를 바 없다. 그런 상태인데 국가의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지극히 중요하고 어려운 현안을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니, 처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럴 때 기댈 사람을 찾는다. 대개 주변에 있는 환관(宦官)에게 물어서 처리한다. 환관의 힘이 대신보다 셀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자녀들도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고 어떤 일을 처리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이미지 관리를 잘 했던지, 여당 사람들이 잘 봐서 대통령후보로 선출되고 대통령에까지 당선됐다. 청와대에 살아서 세상 경험이 없겠지만, 뭔가 능력이 있고 소신이 있는 줄 알았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진정으로 이야기 상대가 되고 충고를 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나타난 이가 최순실씨다. 젊은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던 여자다.

    박 대통령은 최씨를 믿고 모든 일에 자문을 하고 도움을 청했다. 최씨가 정상적으로 잘 한다 해도, 국가 대사를 일개 아녀자에게 물어서 처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더구나 최순실씨가 곳곳에서 갑질을 하고 행패를 부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인사에 개입하고 이권을 노리는 등 온갖 나쁜 일을 해 나라의 근본을 흔들어 놓았다.

    임오군란(壬午軍亂) 때 맞아 죽을 뻔한 왕비 민씨가 충주 장호원에 가서 숨어 지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당에게 점을 치게 하니, 8월 며칠 날 반드시 돌아간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하루도 틀리지 않고 예언한 그날에 왕위에 복귀할 수 있었다.

    너무나 고마운 그 무당을 진령군(眞靈君)에 봉했고 모든 일을 그녀에게 물어서 처리했다. 국가의 대사는 물론이고, 조정의 인사까지 물어서 처리했다. 관원들 대부분이 진령군에게 붙어 출세를 도모했다.

    1889년 바른 선비 수파(守坡) 안효제(安孝濟) 선생이 진령군의 목을 베라고 상소했다. 고종은 그를 추자도(楸子島)로 귀양 보냈다.

    지금 최순실씨는 꼭 진령군과 같다. 그러나 그때는 진령군의 목을 베라는 안효제 선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 주변에서 최씨를 처벌하라고 건의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최씨만 대통령의 눈을 흐리게 하고 귀를 혼란하게 한 것이 아니라, 장관이나 비서들도 같이 동조한 셈이다.

    *眩 : 어지러울 현. *視 : 볼 시.

    *惑 : 미혹할 혹. *聽 : 들을 청.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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