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귀퉁이에서 채소 실은 트럭
가을볕에 낮잠 자고
확성기 소리의 주인은 코를 곤다
동네 노인
장기판에 머리 박고 손을 떤다
요즘은 장사도 안 되고 사는 일이 왜 이런지
차를 들고 장군을 외친다
한숨 소리에 모여든 구경꾼
응원군 얻은 듯이 멍군을 외친다
영감님 졸로 피해야지요
누가 장기를 두는지 모르겠네
새벽잠 설치며 떼어온 채소들 시들어 가고
확성기 소리 목청을 높인다
☞ 정말이지 무슨 잠꼬대를 들은 게 아닐까 싶은 말들이 요즘 계속 흘러나오는데 가관입니다. 비선이니 실세니, 참으로 웃지 못할 정국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니 꿈에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아파트 한 귀퉁이에서 또는 동네 골목 앞에 세워진 1t짜리 트럭에서 야채 등속을 사 본 적이 있습니까? 새벽같이 일어나 도매시장에서 배추, 무, 양파 등등을 떼어온 트럭의 주인은 동네며 아파트 단지를 돌며 확성기에다 그 존재를 알려 장사를 해야 하건만, 어찌 된 일인지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그 한쪽에서는 노인들이 장기를 두는데 차인지, 장군인지, 멍군인지 도무지 그 존재가 불투명하기만 합니다. 누가 장기를 두는지도 모르는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우리는 누구에게 물어야 합니까? 정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