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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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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순실의, 순실에 의한, 순실을 위한 근혜- 배종일(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6-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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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 의하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출신도 모르는 저잣거리의 한 여자에게 오롯이 갖다 바쳤고, 그 여자는 그러한 무능한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이 부여해 준 권력을 자기 이익만을 위해 자기 입맛대로 사용해 왔다. 대통령은 최순실의 아바타였고 결국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인가. 대통령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도 할 수 있고 또 용서를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대통령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권력에 아부하고 자리 보전만을 위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미사여구만 골라서 갖다 바쳤을까? 요즘 언론을 통해 나오는 소식들을 잘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사려 깊은 판단을 할 수 있었겠으며 어떤 유능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었겠는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 봤자 조금 과장하면 전부 다 실질적으로 최순실이 임명한 사람들이니 그 사람들에게 자리에 맞는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탄핵이란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키는 제도인데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핵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대통령의 무능함이 극단에 도달하다 보니 이러한 비아냥거림도 국민들 사이에는 있는 것이다. 국가의 원수이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이 지경이니 앞으로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무척 걱정이 된다. 벌써부터 나라의 곳곳에서는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우습게 보이는데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 대통령이 대단해 보이겠는가 싶다.

    또 다른 한편으론 최순실이 비운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인가 하는 것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기가 해 왔던 역할로 보아 누군가 자기를 조종해 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모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귀국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 최순실이 갑자기 입국을 했다. 자기의 잘못을 인식하고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서 스스로 귀국한 것일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군가와 앞으로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의 한 부분으로서 귀국하게 됐다고밖에는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커다란 그림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이왕 벌어진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이 사건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더 이상 떨어질 것도 없이 추락한 국격(國格)을 조금이라도 세우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권력의 본질상 부패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부패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나라마다 다르다. 이탈리아와 일본의 검찰이 보여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정말로 불가능할까? 일본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일본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도쿄지검 특수부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위법 사실이 있으면 법정에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검찰이 과거와 같은 행태로 최순실 사건을 수사한다면 정말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최순실 수사를 아웃소싱하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매 정권마다 이런저런 부패사건들이야 항상 있어 왔지만 최순실 사건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참으로 중대하다. 결국은 국민의 수준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역사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기록할까? 21세기 지구상의 신정(神政)국가라고 할까 아니면 그때는 나라도 아니었다라고 기록할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식들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배종일 (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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