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유람] 경기도 조선왕릉 나들이

가을길 걸어 조선의 왕 만나러 가자

  • 기사입력 : 2016-11-04 07:00:00
  •   

  • 대한민국 사람에게 왕릉에 대해 물으면 십중팔구는 신라 고분군을 이야기할 것이다. 고분의 웅장한 형태와 화려한 껴묻거리(부장품), 석실 형태의 봉분 등 여러 볼거리가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 왕릉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한 시대였던 탓일까.

    조선 왕릉에서는 통일신라나 고려시대 왕릉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장식물이나 특이한 형태를 쉬이 찾아보긴 힘들다. 그러나 조선 왕릉에는 여타 왕릉에서 보기 힘든 정갈함과 자연과의 조화, 특히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풍부하다. 알에서 왕이 태어났다는 박혁거세 이야기처럼 구전으로 전해진 설화가 아니라, 희로애락과 흥망성쇠가 모두 담긴 역사적 사실 속 살아 있는 조선 왕들의 발자취는 역사교육의 산 현장이다.

    수많은 사극에서 다양하게 다뤄진 그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는 즐거움은 조선 왕들에 대한 반가움과 친근함을 불러일으킨다. 보존 가치도 뛰어나 지난 2009년에는 북한에 있는 2곳을 제외하고 현재 남아 있는 조선왕릉 40곳 모두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중 경기도는 파주 장릉·삼릉, 고양 서삼릉·서오릉, 김포 장릉, 남양주 광릉·사릉·홍릉과 유릉, 구리 동구릉, 여주 영릉(英陵)·영릉(寧陵), 화성 융릉과 건릉 등이 몰려 있는 왕릉의 천국이다. 이와 함께 연인과 함께 조선왕릉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대표적인 조선왕릉 4곳을 소개한다.

    메인이미지
    명릉 (고양 서오릉)

    ◆고양 서오릉= 서울 서쪽과 경계를 이루는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창릉·익릉·명릉·경릉·홍릉 등 5기의 왕릉이 있어 서오릉이라 이름 붙여졌다. 구리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왕조의 왕실 족분군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조경이 빼어나 주민들의 산책코스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서오릉에 잠든 왕실 인물 중 가장 두드러지는 사연을 가진 인물은 숙종과 인현왕후, 그리고 장희빈이다. 조선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낳은 이들은 이미 영화와 연극, 드라마 등의 소재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장희빈의 묘가 인현왕후와 함께 있다는 것이 다소 어색한데, 이는 1970년 광주군에 있던 희빈 장씨의 묘를 보존 차원에서 서오릉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희빈의 묘터는 봉분과 곡장, 석물 등이 다른 묘에 비해 다소 초라하다.

    이 밖에도 서오릉에는 영조의 넷째 부인이며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수경원도 자리하고 있다. 왕가에 시집와 세자를 생산했지만 왕에 의해 아들을 잃은 어미의 심정을 겪어야 했던 비운의 여인이다. 이처럼 서오릉은 다른 왕릉에 비해 궁중 여인들의 고단하고 애달픈 삶을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양시 덕양구 서오릉로 334-92. 입장료 1000원. 동절기 오전 6시 30분~오후 5시 30분 관람 가능.

    메인이미지
    희릉 (고양 서삼릉)
    메인이미지
    태실 (고양 서삼릉)

    ◆고양 서삼릉= 서오릉에 5기의 왕릉이 있다면 서삼릉에는 이름 그대로 예릉·희릉·효릉 등 3기의 왕릉이 있다. 왕릉으로 이어진 1㎞ 남짓의 진입로가 볼거리다. 양 옆에 줄지어 선 포플러나무가 적당한 굴곡의 산책로와 어우러져 호젓한 느낌을 준다. 서삼릉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희릉을 조성하면서 조선왕릉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성종의 두 번째 왕비이자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회묘도 이곳에 있다.

    서삼릉에서 조선왕실의 전통과 시대적 아픔이 가장 깊게 밴 곳은 태실이다. 태실이란 왕실에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태반과 탯줄을 묻는 석실을 말한다. 조선 왕실에서는 산모가 아기를 출산하면 임금이 직접 종을 울리고, 아기의 탯줄과 태반은 길일을 택해 백 번을 씻은 다음 태항아리에 소중히 담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전국에 흩어진 임금의 태묘 21위, 대군·세자·공주 등의 태묘 32위 등 총 53위를 서삼릉 태실로 모으는 과정에서 태항아리 등 부장품들이 다수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무차별적 수탈행위로 태들의 진위 여부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안타까움을 더한다.

    고양시 덕양구 서삼릉길 233-126. 입장료 1000원.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30분 관람 가능.

    메인이미지
    건원릉 (구리 동구릉)

    ◆구리 동구릉= 조선왕릉 중 가장 큰 규모인 194만여㎡의 능역을 자랑하는 구리 동구릉에는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후비가 잠들어 있다. 숲이 울창해 삼림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도 이곳 동구릉에 있다. 일설에 따르면 태조는 고려 왕릉이 산악지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참배도 어렵고 관리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자신과 후손들의 유택(幽宅)을 한양 가까운 곳에 정하기 위해 망우리 고개에 올라 동구릉을 직접 택했다고 전해진다. 건원릉은 북한정맥의 정혈이 해당하는 위치에다 백운산과 검암산에 둘러싸인 절지다. 명나라 사신들이 ‘이런 뛰어난 지형이 자연적으로 생겼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이 기록에 남을 정도니 조선왕조가 500년을 이어간 비결에 이런 풍수지리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겠다.

    왼쪽에 헌종, 가운데 효현왕후, 오른쪽에 효정왕후가 잠든 경릉도 볼거리다. 봉분 셋이 나란히 있는 삼연릉 형태가 대단히 파격적이다.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로 197. 입장료 1000원. 동절기 오전 6시 30분~오후 5시 30분 관람 가능.

    메인이미지
    융릉 (화성 융·건릉)
    메인이미지
    건릉 (화성 융·건릉)

    ◆화성 융·건릉= 융·건릉은 사도세자와 헌경왕후를 합장해 모신 융릉과, 그의 아들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을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능역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곧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융릉이고 왼쪽으로 가면 건릉이 나온다.

    융·건릉의 테마는 효(孝) 정신이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효성스러운 왕으로 꼽히는 정조와, 뒤주에 갇혀 숨진 사도세자의 능이 한데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불과 열 살 나이에 아버지의 한 맺힌 죽음을 지켜본 정조는 재위기간 내내 아버지의 복권을 위해 효심을 바쳤다. 서울 동대문구 기슭에 있던 사도세자의 능을 화성시로 옮겨온 것도 정조의 결정이다. 정조는 한 해에 여러 차례 아버지의 능참길에 올랐는데, 귀로에 오를 때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죽어서도 끝내 아버지 곁에 묻혔으니 그 효심이 대단하다. 가족과 함께 융·건릉을 방문한다면 정조의 빼어난 효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한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경기 화성시 효행로 481번길 21. 입장료 1000원. 동절기 오전 9시~오후 4시 30분 관람 가능.

    경인일보 권준우 기자·사진=경인일보DB

    메인이미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