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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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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사기공화국-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6-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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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빼먹는 데는 신의 경지다. 나랏돈이든 개인 돈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직업에 관계없이 눈먼 돈 빼먹는데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그래서 상당한 잔머리를 굴려야 한다. 상호간 입을 맞춰(공모) ‘짜고 치는 고스톱’이 돼야 하고, 잘못될 경우 오리발도 내밀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온통 사기와 가짜들만 판을 치는 사기공화국 같다.

    보조금 부정수급에 교수들도 편승했다. 기술개발 역량 강화, 컨설팅 등 지원사업을 하면서 기업인들과 공모해 외부 전문가 활동비, 회의비 등을 부풀려 허위 청구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편취했다. 많게는 억 단위에서 적게는 몇천만원까지 해먹었다. 존경과 모범이 돼야 할 교수들이 아예 돈에 눈이 먼 것이다.

    보조금 빼먹는 데는 농촌지역도 도시 못지않다. 도시의 산학협력뿐만 아니라 농촌의 농업인들을 위한 에너지 지원, 축산 사료 지원, 양봉농사 종봉 육성 사업 등 나라의 재정·경제분야의 각종 보조금이 줄줄 샜다.

    허위 증빙서류를 제출해 보조금을 허위·과장 청구했다. 농기계 구입대금, 농가 보일러 설치 등으로 사업비를 부풀려 수억원을 빼먹고, 위장법인 설립해 경영체 장비 지원 보조사업자로 선정돼 대금을 부풀려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무려 10여억원의 보조금이 이들의 손에 들어갔다. 무슨 양봉협회, 영농법인 등의 이름을 내걸고 나랏돈을 빼먹은 것이다.

    이런 사기를 치는 데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나이롱 환자라 일컫는 사람들이 병원에 누워 보험금 부정수령을 하고, 이를 위해 서로 짜고 사고를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하지도 않은 작업을 한 것처럼 꾸며 관급 공사비를 편취한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또 억대 체당금(기업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위해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는 임금)까지 타내려던 업주가 구속되기고 하고, 투자를 유도한 뒤 돈을 갖고 튀어 속은 투자자가 거리에 나앉거나 자살까지 이르고 있다. 이것도 최근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기꾼들이 설치는 나라 같다.

    정말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 이렇게 된 느낌이다. 정상이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사이비가 바로 서는 이상한 사회가 됐다.

    하기야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은 최순실 게이트를 봐도 이러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도 손을 대고, 인사 관여, 측근 사업까지 따내는 등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머리 좀 돌아가는 어느 누구든 눈먼 돈을 그냥 놔두겠느냐 싶다. 국가의 돈은 눈먼 돈이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부정으로 빼먹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면 사회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씨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이런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미친놈 낫 드는 것’이 아니라 ‘무식한 게 펜대 드는 것’이라고 한다. 국민을 바보로 만든 최순실씨 사태를 보면서 ‘영판 무식한 게 펜대 들어 국민을 농락하고, 국정을 흐트리게 한 모습’이다. 날뛰는 선무당에 국민은 털렸지만 그래도 정직함이 우선돼야 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펜대 든 최순실과 측근 등이 날뛰고, 돈 빼먹는 사기꾼들이 날뛴다면 이 나라가 얼마 가지 않아 주저앉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지 않나 싶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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