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9일 (월)
전체메뉴

골똘하게 앉았다 - 이창하

  • 기사입력 : 2016-11-10 07:00:00
  •   
  • 메인이미지


    푸른 밥들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계절

    오래된 시간이

    벌레가 갉아 먹은 밥처럼 수척해져 갔다



    처음부터 그들의 밥이었던 것들이

    꿈틀거렸다

    꿈틀거리던 시간들이 바람처럼 요란하게 흔들렸다

    흔들리던 언어들이 놀처럼 퍼져 갔다



    바스락거리던 공간에서 노란 밥들이 춤을 추고 있다

    춤추는 밥들이

    바스락거리며 야위어 갔다

    고민에 빠진 가을이

    골똘하게 앉았다



    오래전 그가 그리웠다

    ☞ 재미있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국인 마이클 브린은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인 ‘더 타임스’ 서울 주재 15년간의 기자 경험으로 쓴 ‘한국인을 말한다’에서 “평균 lQ가 105가 넘고, 문맹률이 1% 미만이며, 초고속 통신망이 세계 최고에다, 또 무엇보다 가장 단기간에 IMF를 극복하였으니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처럼 추락할 때까지 그냥 지켜만 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탈한 심정이 되어 매사에 신명이 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푸른 밥이었던 시절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노랗게 물들어 가는 계절에 와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레가 야금야금 갉아 먹은 오래된 시간이 있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은 날로 궁핍해져 수척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떨치고 일어서야 하기에 꿈틀거렸고 그 꿈틀거리는 시간이 요란하게 흔들려 끝내는 곳곳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노란 밥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고민에 빠진 가을이 되겠지만, 우리는 오래전 그를 그리워하며 지금 서울에서, 부산에서, 전주에서, 제주에서…, 그 노란 밥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대는 어디에서 아직도 골똘하게 앉아 있습니까? 정이경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