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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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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다시 인식해야 할 열매의 의미- 정진혜(서양화가)

  • 기사입력 : 2016-1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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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간다. 지난봄과 여름에 나래짓하던 꽃들은 고된 날개를 접고 단단한 ‘열매 맺음’으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는 계절이다. 자연은 풍요로움을 더하는 반면 우리나라 시국은 혼동과 핍박함으로 대조적인 풍경을 이뤄, 온 국민의 가슴에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곧 이 열매들도 사라질 것이고 나목(裸木)의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겨울이 온다. 결실 후의 빈 모습, 상상만 해도 아름답지 않는가. 겨울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생태에 순응하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스스로 옷을 벗는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싹이 트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꽃이 피는 것도 예쁘지만, 긴 시간을 이기고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와 풀을 보면 참으로 대견스럽고 경건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언젠가부터 ‘열매’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나는 그림에서도 열매를 은유적으로 많이 표현했다. 무릇 자연에서만 얻는 열매, 하나의 물질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사, 즉 사람들에게서도 ‘열매 맺음’의 과정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건국 이래 초유의 사건(최순실 게이트)으로 시국이 파경 속에서 극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담화를 보면서 분노와 좌절, 안타까움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가졌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현 시점까지 박 대통령이 꽃을 피운 국정은 단 한 가지도 없다. 꽃을 피우기는커녕 싹도 제대로 틔워 본 일도 없는 것 같다. ‘열매 될 꽃은 첫 삼월부터 안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는 어쩜 처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제대로 알아봤어야 하는 눈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싶다. 이 말은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꽃을 피우지 않는 나무에서 열매가 맺는 것을 보았는가. 성경의 열매 이야기에 ‘각종 열매가 많지만 성도는 오직 빛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라는 말씀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착함의 열매로서, 선한 행실로 어둠의 세계를 비춰야 하고 착한 행실에는 희생이 따른다. 두 번째는 의로움의 열매로서, 하나님과의 바른관계, 사람과의 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세 번째 열매 이야기는 진실함의 관계이다. 이는 빛의 열매는 진실함이다. 이 세 가지를 ‘빛의 열매’로 말하고 있다.

    거짓은 세상을 어둡게 하며, 거짓은 사람을 멸망하게 하는 진실과 반대편에 있는 악마이다. 국정농단의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연결고리에 ‘영생교’가 밀접해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참으로 무지한 사람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영생교가 불교, 기독교, 천도교를 합해 만든 종교라고 할 때 최소한 앞에서 말한 ‘빛의 열매’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 정도라도 기억했더라면 과연 이 지경까지 한 나라를 파국에 이르게 했을까 싶다. 유감스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열매는 사람의 행동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의 의미이기도 하고 그 결과가 제대로 나타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인내로 인한 꽃을 피워야 하는지, 또 그 꽃은 결코 쉽게 피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열매는 사람의 말이나 행실 특히 도덕적 행위, 악함에 따른 결과 등을 상징적으로나 은유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성경에서 자녀를 ‘태의 열매’(시127:3),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강조하는 표현으로서 ‘입술의 열매’(사57:19), 또 ‘보응으로서의 열매’(렘17:10)가 언급됐다. 그리고 의인받을 결과물을 ‘의인의 열매’로 묘사하고 행위에 따른 악한 결과나 선한 결과로서의 열매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열매를 맺은 나무들로 인해 풍요로움을 느끼는 우리는 열매의 의미를 다시 인식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 이유도, 조건도 없이 우리는 눈앞에 주어지는 열매들의 신비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정진혜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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