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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정현숙(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

  • 기사입력 : 2016-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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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지리산이 올려다보이는 산청의 시골 마을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해 아버지를 여읜 나는, 가장이 된 엄마의 힘들고 억척스런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어린 눈에 비친 안쓰럽던 그 기억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다.

    20대 중반이 될 무렵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요람인 이곳 창원국가산업단지 한쪽에서 철강재 유통업으로 험난한 세상에 도전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이 기업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특히나 남성들의 전유물 같은 철강 유통 산업은 더더욱 그랬다. 그렇게 철강과 함께한 지 벌써 26년, 돌이켜 보면 숱한 경기변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저 주저앉고만 싶었던 순간순간마다 지난날 친정엄마의 그 억척스런 모습이 나를 다독이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로지 사업하는 바쁜 여성으로만 살아 오면서, 한 사람의 아내로서, 딸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그 흔한 사랑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아쉬움은 항상 내 마음속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줄곧 우리 직원들에 대한 조그만 사랑을 실천하면서 지난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다. 아울러 이웃과 함께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그런 모습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여성경영인인 내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조금 특별한 사랑의 실천 방식이라고 믿으면서.

    이제 나는, 우리 여성기업과 여성기업인들이 건전한 성장과 더 많은 역할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리나라 경제활성화의 조그만 주춧돌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 지역 이곳 경남에도 기업경영의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여성기업인들이 기업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에는 아주 걸출한 리더십으로 존경받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업경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인재들도 눈에 띈다.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여름, 사상 유례 없는 폭염으로 가을이 올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웠는데 그래도 어김없이 가을은 우리 앞에 왔고, 이곳 창원국가산업단지에도 수십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가을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 가을이 가을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벌써 수년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환경이, 그리고 겹겹이 둘러싼 어렵고 힘든 시대적 상황이, 위기라는 단어가 무색함을 넘어 얼굴조차 내밀지 못할 지경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남자의 계절이라는 이 가을에, 우리 여성경제인 모두가 지금보다 조금 더 대범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사색과 낭만보다 그저 아쉽고 안타까운 이 가을에 우리 여성경제인 모두가 기본에 충실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가을이, 우리 여성경제인 모두에게 넓은 시야로, 다가올 미래를 새롭게 그려 보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한다. 내년 이맘때 다시 찾아오는 가을에는 창원대로에 늘어선 가로수 단풍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보였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정현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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