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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사천문화재단과 터널비전- 정오복(사천본부장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6-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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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해체설까지 나돌았던 (재)사천문화재단이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대표를 선출해 내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강모 전 대표이사의 사직서는 이미 수리, 내달 공모를 통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출한다. 박모 사무국장은 내년 상반기면 정년에 해당돼 새로운 체제 출범 전까지 근무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은 사무국장 폐지에 방점이 있는 듯하다. 그동안 작은 조직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사무국장의 양두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갈등과 혼선의 폐해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참에 사무국장직을 없애고, 팀장제도도 축소하는 모양이다. 특히 가장 취약했던 재무·회계 분야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 직원 1명을 파견해 행정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선 조직 정비, 후 사업 개발’을 위해 이사진도 전면 교체해 개혁하겠다는 각오다.

    따뜻한 응원과 진심어린 격려가 필요한 때다. 또 동시에 냉정한 감시와 견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입장에서 때늦은 한탄을 하자면, 지난 5년간 문화재단이 방향타 잃고 표류한 데는 애초 목적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특정인에 의해 특정 사업만을 염두에 두고 재단을 설립, 운영하다 보니 정체성조차 챙기지 못한 탓이 크다.

    그래서인지 사천예총 김용주 지회장은 가장 먼저 문화재단의 정체성 회복을 강조한다. 우선 사천문화예술의 정체성을 확립한 후, 문화예술을 진흥을 소원했다. 와룡문화제, 프러포즈와 같은 행사는 제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예총에 위임하면 될 일이고, 문화재단은 문화예술정책 계발과 공모사업, 청년작가 지원 확대에 주력해달라는 바람이다.

    의학 용어로 ‘터널비전(tunnel vision)’이란 말이 있다. 터널 속으로 들어갔을 때 터널 안만 보이고 터널 밖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주변을 보지 못한 채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는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사회학적 용어로도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사르의 말처럼 사람은 대체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마련인데….

    이제 관건은 새 대표이사 선임이다. 시청 내부에선 안정적인 변화를 위해 행정관료 출신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문화예술 경험이 없는, 경험을 했더라도 공무원적 입장만이었다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문화재단 파행으로 인한 사천시의 마음고생을 잘 알지만, 안정적 운영이란 터널에 갇히는 과오를 범치 않길 바란다. 부디 ‘무주의 맹시’ (어떤 것에 집중하느라 바로 눈앞의 것도 보지 못하는 현상)를 극복하길.

    정오복 (사천본부장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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