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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도심에도 산골에도 구석구석 ‘문화의 꽃’이 핀다

도내 전역에 퍼진 메세나 활동

  • 기사입력 : 2016-11-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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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세나(mecenat)는 고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 문화예술 진흥에 힘썼던 재상 ‘마에케나스’ 이름에서 유래됐다. 마에케나스의 프랑스식 이름인 메세나는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는 활동을 일컫게 됐다.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불세출의 예술가들을 키워낸 메디치 가문에 이르러 활짝 꽃피었고, 그 정신이 현대에도 이어져 미국, 일본 등 세계 25개국에서 관련 기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94년 한국메세나협회가 설립돼 국내 메세나 문화를 이끌고 있다. 도내에서는 2007년 경남메세나협회(이하 협회)가 지역경제와 예술의 상생발전을 위해 지역 최초로 설립돼 활발히 활동하며 전국 지역메세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정부는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매개단체를 지원·육성하는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 인증 제도를 설립했는데, 협회는 지난해 3월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 제1호로 지정돼 기업과 예술의 매개단체로 공식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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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째 메세나 결연을 맺고 있는 산청 산골농장 이상호 대표(왼쪽)와 산청매구보존회 김종완 회장이 산골박물관 2층 갤러리에서 지역 작가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 메세나 활동은 2007년 10월 협회 창립 후 꾸준히 결연을 넓혀 가고 있다. 설립 당시 79개의 회원사와 10개 결연팀에 불과했지만 지역 기업들과 예술인, 언론사, 지역민들의 관심과 후원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회원수 217개, 중소기업 결연 119개팀, 대기업 결연 19개팀 등 총 138개팀의 결연 성과를 이뤄냈다. 그동안 결연사업을 통해 예술단체에 후원한 누적 결연금액도 경상남도 40억원, 창원시 2억원 등의 매칭펀드 출연금을 포함해 14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외적 성장 이면에 지역편중 심화 등 질적·구조적 측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회원사와 결연팀이 일부 도시에 집중되면서 소도시와 군지역 예술단체는 혜택받기가 쉽지 않아 지역 문화예술 균등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협회는 ‘지역 문화·예술의 동반 성장’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참여기업과 내용을 다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올해 도내 18개 시군의 예술단체가 참여하면서 누구나 도심 한복판에서도, 산골마을에서도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결연사업을 통해 기업과 예술단체 사이에 끈끈한 파트너십이 형성됐다는 것 역시 큰 성과다. 경제 한파에도 이들은 서로에게 가슴을 내어주고 온기를 전하며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18개 시군 예술단체와 기업의 결연팀 가운데 눈에 띄는 두 사례를 소개한다. 산청을 문화예술로 풍성하게 물들이고 있는 8년 차의 장수 결연팀 산골농장 이상호 회장과 산청매구보존회 김종완 회장, 그리고 결연 2년 차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 예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화영철강 김장희 대표와 창동예술촌 라상호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메인이미지산청 산골농장 이상호 대표(오른쪽)와 산청매구보존회 김종완 회장./성승건 기자/

    '산청 산골농장-산청매구보존회' 전통예술 맥 잇는다

    앙계 농장, 지역단체와 8년째 인연
    박물관 운영하며 문화공간도 제공
    활동 지원-기업 홍보 ‘상부상조’

    산청에 있는 산골농장 이상호 대표에게는 또 다른 직함이 있다. 산청군 신안면 산골농장 뒤편에 20여억원을 들여 지은 산골박물관장이라는 이력이다. 제1종 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된 이곳은 양계농장답게 세계 각국의 닭 장식품 등 예술작품 수백 점과 지역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갤러리가 되기도 하고 공연을 펼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지역민과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의 ‘멀티문화예술 공간’인 셈이다.

    이 대표는 “양계시설이 유럽에서 발달해 25년 전부터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뛰어난 예술가들을 돕는 그곳의 문화가 인상적이었어요. 그 계기로 메세나에 참여하고 지역작가를 후원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경남메세나 태동부터 인연을 맺은 창단멤버다. “처음에는 다른 곳과 결연을 맺다가, 고향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싶어 매구회와 결연팀이 됐죠. 시골에서 전통의 맥을 잇는 단체를 지원하는 것도 의미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고 덧붙였다.

    산청매구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김종완 회장은 “그 인연이 벌써 8년째입니다. 긴 시간 동안 지원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그 한결같음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산청매구보존회는 지난 1996년 전통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전문가 고증을 거쳐 정식 설립됐다. 이후 20년간 지역에 파고들어 ‘매구’ 문화의 맥을 잇고 있다. 매구는 한자로 묻을 매(埋)와 귀신 귀(鬼), 즉 잡귀를 쫓아낸다는 뜻인데, 음력 정월 초부터 보름까지 집집을 돌면서 풍년을 기원해 주고 악귀를 쫓는 일종의 의식놀이다.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40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 중인데, 낮에 생업에 종사하다 밤에 모여 기량을 연마하다 보니 단체를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이 대표는 더욱 든든한 버팀목이란다. 김 회장은 “회원들 사비로 꾸리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그 부족한 부분을 이 대표님이 채워주세요. 우리 단체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메세나 후원기업과 결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회원들이 자부심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산청매구보존회는 일 년에 30회가량 공연을 하는데, 그때마다 현수막이나 리플릿에 산골농장이 후원하고 있음을 알린다. 기업 이미지와 소비 향상을 돕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다.

    이 대표는 ‘문화사랑방’을 만들어 문화예술계에 복지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 지원할 꿈도 꾸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 예술이나 문화가 더 발달하지 않겠어요? 메세나를 통해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하고 육성할 생각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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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세나 결연 2년 차인 화영철강 김장희(왼쪽) 대표와 창동예술촌 라상호 대표가 창동갤러리에서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전강용 기자/

    '화영철강-마산 창동예술촌' 시민 누구나 예술가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 공감대로
    작년부터 메세나 매칭펀드 시작
    작가 역량강화·시민 예술기회 지원

    창동예술촌은 마산 창동의 원도심 재생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단체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터를 잡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만 있다면 제대로 된 도시로 성장하기 어렵다. 도시를 발전시키려면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두 사람이 만났다. 그 결실로, 김장희 화영철강 대표는 지난해부터 메세나 매칭펀드 결연사업을 통해 사단법인 창동예술촌 라상호 대표가 추진하는 ‘창동예술촌 예술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예술학교’는 이후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고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들에게는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는 창동에 있는 초등학교를 나온 마산 토박이입니다. 제가 다니던 길, 통학하던 곳, 놀던 곳이 쇠락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기업가로서 다른 사회적 활동도 하고 있지만, 제 고향에서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칭펀드 결연사업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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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영철강 김장희(왼쪽) 대표와 창동예술촌 라상호 대표./전강용 기자/


    김 대표는 예술학교에 지원하면서 책임감과 뿌듯함이 커졌다고 했다.



    라상호 대표에게 창동은 제2의 고향이다. 라 대표는 “47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후 한순간도 떠나본 적이 없어요. 제가 처음 왔을 땐 서울 종로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부흥한 곳이었는데 10여 년 전부터 발길이 뜸해진 곳이 됐습니다. 문화예술 부흥사업을 하는 것도 문화를 매개로 이곳을 다시 살리고 싶은 제 꿈을 이루고 싶어서죠. 이 꿈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는 분이 바로 김 대표님이죠”라고 말했다.

    라 대표는 “현재 창동예술촌 예술학교는 서양화, 민화, 인문학, 플루트 등 10개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어요. 특히 이주여성들이 민화를 그리면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배움의 기회를 주는 학교가 되어 꾸준히 시민예술가를 배출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은 다르지만 창동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고 했다. 이들은 초석을 다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 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지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시민들이 문화를 배울 기회가 늘어나고 꿈을 실현하는 시민들이 늘 것이라 믿고 있다.

    김 대표는 “시민들이 예술을 배우면 해석을 더욱 잘하게 되고, 공감능력도 늘어납니다. 그러면 예술가들이 생산해 낸 문화의 소비자로, 또 예술의 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되는 거죠.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예술학교를 만들도록 지원을 계속할 겁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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