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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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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만추(晩秋)에 찾은 고성 상족암군립공원

청명한 가을하늘·푸른 바다에 맘 설레고… 입안 가득 굴향기에 반하겠네…

  • 기사입력 : 2016-11-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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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끝자락인 만추(晩秋), 산과 들을 오색으로 물들인 단풍의 흔적을 찾아볼까 했지만 관두기로 했다.
     
    내로라하는 단풍 명소는 단풍을 보러온 것인지 사람을 보러온 것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장사진이 예상됐다.
     
    대신 바다를 찾기로 했다. 티끌 하나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과 푸른 바다를 보면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훌훌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찾은 곳이 고성 상족암군립공원이다. 이곳은 공룡 발자국이 2000족 넘게 발견돼 세계 3대 공룡화석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기암(奇巖) 절벽,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파도에 침식돼 만들어진 파식(波蝕) 동굴 등 무궁무진한 매력을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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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공룡화석지로 알려진 고성 상족암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상족암 가는 길

    상족암군립공원 주차장에서 해안 쪽으로 5분쯤 걸어 내려가면 소규모 선착장이 보인다. 이곳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가면 병풍바위, 오른쪽으로 가면 상족암(床足岩)에 닿을 수 있다. 병풍바위는 반대편인 상족암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날은 상족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데크로드를 걸어가니, 왼쪽 해안으로는 얇고 넓은 파식대(波蝕臺·바다 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평탄한 암반면)가, 오른쪽 육지에는 해식애(海蝕崖·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해안가의 절벽)가 커튼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파식대 위로 반짝거리는 공룡 발자국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이 공룡 발자국 안에 남아 햇빛에 반사됐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없는 발자국도 반짝거렸는데 가까이서 살펴보니 소금이 말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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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 발자국이 2000족 넘게 발견된 상족암.

    20여 분쯤 걸었을까, 목적지인 상족암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거대한 기암절벽이 눈 안에 들어왔다. 층층이 쌓인 수성암(水成巖·지표면의 암석이 상온, 상압에서 풍화 작용으로 분해, 이동돼 지구 표면에 쌓이는 퇴적 작용으로 생긴 암석)은 마치 수만 권의 책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안내판에는 상족암의 유래가 친절하게 설명됐다.

    밥상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밥상 상(床)자를 썼다고 한다. 퇴적암으로 이뤄진 지층은 수천 년 동안 파도에 의해 동굴이 형성됐고, 이 부분을 멀리서 보면 밥상 다리 모양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그 모양이 코끼리 다리 모양과 같다고 하여 코끼리 상(象)자를 썼다고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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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병풍바위 앞 바다에 유람선이 떠 있다.


    ●파식 동굴에서 본 뜻밖의 영화

    밥상 다리든, 코끼리 다리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동굴 깊숙이 들어갈수록 빛의 양이 줄어들었다. 마치 작은 영화관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동굴 끝에 다다랐을 무렵, 뒤를 돌아봤다. 입구 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바람에 동굴 밖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눈앞에 남해의 수평선이 길게 펼쳐졌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티 없이 맑은 파란 하늘과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이로 갈매기들이 이따금 날아 다녀 이들을 시샘하는 듯했다. 어둠 속이었기에 하늘과 바다는 더욱 극적으로 빛났다. 동굴 안으로는 잔잔한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간격을 두고 출입하는 파도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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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객들이 상족암 공룡길을 걷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암절벽

    동굴을 나와 기암절벽으로 눈길을 돌렸다. 절벽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생김새를 띠고 있었다. 언뜻 보면 사람의 모습 같기도 하고, 때로는 동물의 모습을 형상하기도 했다. 절벽은 바람과 파도에 의해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동안 조각됐을 터였다.

    햇빛이 절벽을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상족암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기암절벽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연인은 수시로 자리를 바꿔 가며 사진 속에 추억을 새겼다. 한 부부는 기암절벽과 파란 바다를 번갈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글= 고휘훈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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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객들이 상족암 침식 동굴을 둘러보고 있다.


    ▶바다를 먹는다 ‘굴’


    만추(晩秋)를 지나 초겨울에 접어들면 입안에 맴도는 음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굴’이다. 남해안 사람들은 날이 쌀쌀해지면 입안에 퍼지는 굴의 바다 향을 기억하고 있다. 생으로 먹고, 쪄 먹고, 데쳐 먹고, 삶아 먹고, 구워 먹고, 튀겨 먹고, 어떤 식으로 먹어도 그 독특한 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굴은 바다를 상대로 치열하게 살아간 어민들의 삶과 남해의 신선함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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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회


    ●겨울이 돼야 뜨거워지는 ‘박신장’

    올가을은 유난히 추웠다. 10월 말부터 시작된 영하권의 추위는 11월 초입까지 이어졌다. 2일까지 치러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관중들은 이른 추위 탓에 패딩을 챙겨입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동안 고성과 통영, 거제에 퍼져 있는 굴 ‘박신장’(剝身場, 굴 껍데기 제거 작업장)은 열기로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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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찜

    박신장 한 곳당 줄잡아 40~50명의 아낙네들이 쉴 새 없이 굴 껍데기를 까야 했기 때문이다. 오후 1시와 6시, 하루 두 차례 열리는 경매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을 시간도, 추위를 느낄 겨를도 없다. 공장이 자동화 기기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지만, 박신장은 수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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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무침

    굴까는 작업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신장은 고성·통영·거제에만 300여 곳에 이른다. 통영에만 굴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1만20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영 인구가 13만 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10가구 중 한 곳은 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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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전

    ●굴 생산의 절반은 ‘경남’

    남해안은 우리나라 굴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고성과 거제, 통영 세 곳에서만 우리나라 굴 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통영은 전체 굴 생산의 25%, 고성이 18%, 거제가 17%를 차지하고 있다. 굴 생산량은 중국이 연간 435만2000t으로 전 세계 굴 생산의 82.6%를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어서 한국이 30만3000t(5.8%)으로 2위다.

    굴수하식수협이 있는 통영에서는 지난달 21일 굴 초매식(初賣式)이 열렸다. 굴은 사시사철 딸 수 있지만, 주로 10월 말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확한다. 11월 중순 현재 굴 1㎏당 가격은 1만20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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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구이


    ●통영 굴 요리 원조 ‘향토집’

    ‘향토집’은 통영 굴요리 원조집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굴 전문 요릿집이 없던 시절 문복선씨가 무전동에 음식점을 차리면서 굴 전문 요릿집이 하나둘씩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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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밥

    통영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사는 송상헌씨는 “굴 전문 요릿집이 생긴 지가 불과 20년밖에 안 됐다는 말에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옛날에는 넘쳐나는 것이 굴이었고 다들 집에서 굴 요리를 잘 했기 때문에 따로 전문 요릿집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며 “통영 굴이 알려지면서 외부 사람들이 굴 요릿집을 찾게 됐고 이후 요릿집이 생겨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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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보쌈

    생굴을 초장에 찍어 먹는 굴회를 비롯해 굴무침, 굴찜, 굴구이, 굴전, 굴밥, 수육과 김치를 굴과 함께 싸먹는 굴 보쌈까지, 먹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통영에는 삼겹살을 굴과 함께 구워서 먹는 곳도 여러 곳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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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객들이 상족암 절벽 아래를 살펴보고 있다.

    문복선씨에게 굴은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지 물었다. 문씨는 “뭐니 뭐니 해도 생굴을 그대로 먹는 것이 제맛이다. 입안에 퍼지는 굴 향을 느껴보지 않고서는 굴맛을 말할 수 없다”며 “겨울이 되면 통영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굴을 찾는다. 굴이야말로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고 덧붙였다.

    고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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