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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강한 심장을 직접 겨냥할 때- 이영선(재료연구소 실용화연구단장)

  • 기사입력 : 2016-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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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위기다. 가정의 장바구니부터 기업매출, 국가경제까지 모두 경제 위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경제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과 무역업이 침체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 경제의 중심인 제조업에 정면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경제의 기둥인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현가장비 부품 가운데 컨트롤 암(Control Arm)이라는 게 있다. 과거에는 철판소재를 프레스에서 금형을 이용해 상판과 하판을 따로 제작한 후 이를 용접해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알루미늄합금 봉재를 이용한 일체형 단조품을 사용한다. 일체화된 알루미늄 단조품은 가볍고 승차감도 높여주기 때문이다.

    재료연구소가 국내기업과 손잡고 이 부품을 개발할 당시, 부품의 요구특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존 알루미늄합금보다 강한 소재가 필요했다. 기존 소재보다 강하고 값싼 소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공동연구팀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구한 끝에 해당 소재 개발에 성공했고, 이 소재는 여러 자동차에 적용돼 제품은 물론 자동차의 품질 향상에도 기여했다. 기존 알루미늄합금의 강도를 더 높이는 건 힘들 거라는 상식을 깨는 학문적 접근과 이를 실현시켜준 생산기술 현장과의 조화가 성공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컨트롤 암 개발 사례는 제조업의 위기 극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이 부족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을 이룩한 것은 풍부하고 수준 높은 인적자원 덕분이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제조업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건 제조업의 포트폴리오 개편이다. 현재의 제조업이 ‘구조물-가공·조립-시스템’의 외형 산업 구조였다면 이제는 ‘터빈/모터-핵심부품-핵심소재’의 핵심 산업 구조로 갈아타야 할 시점이다.

    자동차, 철도, 선박, 비행기 등 대형 운송수단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속하기도 하지만 선진국들이 앞다퉈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현대 산업의 총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선박 제조 부문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 이들 제품의 심장이라 불리는 동력장치(파워유닛, Power Unit)가 그것이다. 파워유닛은 선박 선체, 발전소 구조물, 항공기 동체에 생명을 부여하는 심장이다. 이는 전방위적으로 첨단기술이 집적돼야 요구특성을 발현할 수 있어 많은 인적자원과 끈질긴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특히 파워유닛은 기후변화, 미세먼지, 효율적 에너지원 확보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모터 효율을 1% 향상시키면 발전소 1개를 가동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 효과는 지대하다. 특히 국제적인 환경규제(USPEA, MEPS, EERS 등) 시행이 다가오고 있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 사회적으로 우리를 구속하게 될 것이다.

    파워유닛 산업은 첨단기계, 소재 기술의 집결체이자 과학기술이 총합돼야 하는 만큼 이에 필요한 소재·부품을 국산화하는 단계부터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소재·부품 기술력의 확보 후에는 시스템 설계능력을 배양해 국제적으로 경쟁 가능한 파워유닛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외국에서 수입한 심장으로 기계를 만들어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심장을 직접 겨냥해야 한다.

    이영선 (재료연구소 실용화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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