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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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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문제는 여전히 경제다- 허충호(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6-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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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어떠신가요?” “다들 그런 것처럼 많이 어렵지요. 내년이 더 힘들 것 같아 걱정입니다.” 김해 골든루트산업단지 내 한 중소기업 대표와 나눈 대화다.

    제조업을 하는 그는 그래도 자신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한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김해로 이전한 그는 창원국가산업단지에 남아 있는 기업들의 어려움은 자신과 비할 바가 아니라는 말로 현실의 어려움을 애써 자위하는 듯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시원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본다는 게 고작이다.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수출기업들에게서는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막연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모습들이 역력하지만 그 또한 당분간은 지켜보는 것 외에 뚜렷한 대책은 없다.

    이런 경제상황에서도 정국은 소위 ‘최순실 게이트’의 회오리 속에 휩싸여 연일 끝이 어딘지도 모를 혼돈의 시공 (時空)을 지나고 있다.

    신문·방송마다 ‘게이트’의 조각들을 모자이크하듯 쏟아내니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의혹 수준인지 도대체 판단의 잣대조차 대기 어렵다.

    조선해운업의 부실로 모두가 연쇄적으로 휘청거릴 것 같던 경제상황은 ‘게이트’에 묻혀 마치 별 일 없는 것 같은 묘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거제, 울산의 조선사를 찾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하던 정치인들의 관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통 게이트에 쏠린 것 같고, 정부 차원의 대책도 제대로 진행되는지 의문스럽다.

    주요 국정현안들의 진행상황이 뉴스의 중심에서 멀어지면서 대통령과 관련한 일 외에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착시마저 든다.

    물론 현재의 뉴스밸류를 두고 볼 때 이보다 더 뜨거운 이슈가 또 있을 수는 없다. 그러니 다소 과하다 싶은 편중현상도 일면 이해한다.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도는 작금의 사안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하니, 문제의 본질을 반드시 밝혀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뉴스의 초점이 대통령을 향하고, 세상 관심사가 오로지 정국 향배에만 있는 것 같은 현실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썰렁을 지나 냉랭하게 변하고 있는 경제상황이다. 9%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은 IMF 구제금융 직후인 지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고 조선업의 쇠퇴 등의 여파로 제조업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다.

    경남만 봐도 그렇다. 조선업 경기부진의 여파로 지역 내 협력업체들을 빈사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창원에서는 STX조선해양과 주요 협력사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400여 개 조선기자재 협력사들이 물품대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조선업 수주절벽이 지속될 경우 협력사의 연쇄부도 위험성은 보나마나한 상황이니 지역 경제가 어떤 ‘쓰나미’를 겪을지 걱정스럽다. 최근 경남의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년 만에 11만 명 이상 줄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사실도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이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 당시 내건 메인 슬로건이 떠오른다.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

    정국이 온통 게이트에 매몰돼 있지만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여전히 경제다.

    허충호 (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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