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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을 쓰다(가우디 ‘성가족 성당’ 앞에서) - 김미숙

  • 기사입력 : 2016-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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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

    동전 한 푼 없이 떠났다는

    그의 영혼 앞에서 나는



    화려한 성당이 하늘을 향해 오르는 동안

    욕심을 버려 신에 닿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두려운 마음으로 반성문을 씁니다



    기도는 원하는 것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맡기며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것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반주에 헨델의 메시아가

    그대로 튀어나와 종탑이 된 듯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의 영혼 조각 앞에서

    내 인생 처음으로

    간절히 반성문을 씁니다

    용서하소서

    예전의 무수한 반성이 전부 거짓이었다는 것을

    ☞ 그대에게 묻습니다. 반성문을 쓴 적이 있었는지를.

    시인은 여행길에서 세기의 건축물을 만났고, 한 건축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가 설계한 성당 앞에서. 무조건 바라기만 하고 들어달라고 떼를 썼던, 나만을 위한 이전의 기도와는 달리 기도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겸손하면서도 용기 있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시인은 계속하여 고개 숙여 반성문을 써 내려 갑니다. 왜 두렵지 않고 손이 떨리지 않겠습니까마는, 예전의 무수한 반성이 전부 거짓이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기도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게 아니라 욕심을 버리고 온전히 자기를 내어놓는 것이라며. 시인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그대에게 다시금 묻겠습니다. 마음을 다하여 반성문을 쓴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그대가 반성문을 쓰기에는.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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