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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모든 의혹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하봉준(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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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나서부터 온 나라가 한탄과 좌절, 분노로 들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4%로 바닥을 치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매주 기록적인 인파를 모으고 있다. 국민의 참을 수 없는 좌절과 분노는 결코 누그러지지 않을 기세다. 일자리 걱정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의 국정비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태의 올바른 해법 없이는 나라와 국민 모두의 현재와 미래가 과연 있을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가 들기 때문이리라.

    국가 권력의 최정점에서 이루어진 사단이니만큼 그 범위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갑질의 정도도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들이라면 을의 입장에서 조심스러워해야 할 재벌 일가, 검찰, 경찰, 공무원, 교수,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을 상대로 마구 갑질을 행사했다. 이들의 비상식적인 요청을 따르는 자들에게는 승진이나 금전적 보상이 뒤따르는 반면 상식과 원칙을 지키려고 조금이라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예사이고 일자리를 잃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버려야 하는 극단에 몰리기도 했다.

    설마 했던 의혹들이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남에도 진실을 원하는 국민의 목마름은 전혀 가시지 않는다. 대통령을 비롯한 당사자들과 노선을 같이하는 무리들이 사실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7시간 동안의 대통령 행적은 밝혀지지 않고, 손을 못 대는지 안 대는지 우병우, 김기춘 등 검찰 관련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큰 의혹에 대해서 이런 데 관심을 덜 받는 의혹들은 언급해 무엇 하랴. 이대의 정유라 부정입학과 성적처리와 관련해서 검찰 수사는 총장과 관련 교수들의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함께 불거진 재정 지원사업 특혜의 규명에 대해서는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최순실 사단이 개입했다는 의혹만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의혹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면서 그 끝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최순실 사태로 의혹이 제기된 분야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직접, 간접으로 청탁을 받거나 압력에 굴복해 관여를 하게 되고, 이 사실이 드러나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가급적 감추려고 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 의혹 풀기에 지친 나머지 다른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언제까지 의혹의 규명에만 국력을 소진할 것인가라는 논리가 슬금슬금 고개를 들 수 있다. 사실을 덮고자 하는 이들이 담합해 가까운 시일 내에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모든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지 않고 덮어진다면 이번과 같은 비극적 사태는 또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힘 있는 자에게 빌붙어 이익을 취하는 것이 땀 흘려 노력하는 것보다 손쉽다면 누군들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부당한 편법이 잘 드러나지 않고 설령 발견되더라도 그 처벌이 이익에 비해 미약하다면 어떻겠는가. 게다가 힘 있는 자, 그에 빌붙는 자들의 부당한 방법에 거슬렸다가 지나온 삶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은커녕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가진 추악한 현실의 단면이라면 이번 기회에 단절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최순실 사태에서 빙산의 일각만이 드러나고 그 일각마저도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면 순실이 진실을 앞서는 불행한 역사는 극복될 수 없다. 모든 의혹들이 남김없이 드러나서, 앞으로 모든 위정자들이 자신의 모든 행동이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음속에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의혹의 철저한 규명이야말로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자 필수적인 전제이다.

    하 봉 준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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