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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촛불은 더 밝혀져야 한다- 서휘(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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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아프다. 첫눈 내리는 광장에 무려 200만 명 가까운 숫자의 국민들이 광장에 모였다. 첫눈 오는 낭만 가득한 날, 왜 젊은이들이 광장에 모였을까? 광장에는 청·장년뿐만 아니라 80대의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10대의 어린아이들까지, 각 지역에서 참석한 수많은 국민들이 군집돼 있었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또는 친구들과 함께, 어떤 이는 생업을 포기한 채 어떤 이는 황금 같은 주말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귀한 시간과 자비를 들여서 이 추운 날 촛불 하나를 든 채 광장에 모여 있었다.

    한 TV방송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것을 후손에 물려주고 싶어서’,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모두 질서를 지키는데 왜 그들(높은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지 않는가’, ‘잘못된 것에 왜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지 않는가’, ‘퇴근길에 참석해 보니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광장에 모인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에 동참하기 위해 멀리서나마 작은 촛불 하나 비췄다’라고 참석의 이유를 설명한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국민들과 이를 막는 젊은 경찰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밤중까지 고생하고 있는 TV 화면을 보면서 내내 가슴이 아팠다. 왜 이와 같은 일들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을까? 그 이유는 거짓 때문이다.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이득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과장과 거짓을 위장적인 선(善)으로 포장하고, 이에 언론과 권력기관들이 편을 들어주니 지금과 같은 혼란한 세상이 오게 된 것이다. 이제는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돼 온 국민이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제도와 장치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어떤 책에서 ‘재난은 개인적이다. 그래서 총체적이다’란 문장을 봤다. 이 문장의 뜻은 다음과 같다. 벽을 쌓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타인의 재난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그들만의 것이다. 그러나 소외된 그들이 하나둘 늘어나 곧 모두가 되니, 재난은 총체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의 촛불은 더 이상 재난이 총체적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는 의미의 큰 함성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국가 경영 중 대통령의 비선조직 실세들과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 측근들이 관여한 부분은 흑과 백만이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이들은 불관용(억압)이란 무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양심을 구속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이 국가 권력의 최상위층에 위치해 언론과 권력기관을 통제함으로 수많은 정부 기관, 공공단체 그리고 기업들은 그들의 파벌적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사적인 기관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들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이나 언론인 그리고 평범한 일반인들은 집단·조직의 배척이나 따돌림이 두려워서 옳고 그름을 친분관계나 파벌의 요구나 이해관계에 따라 말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같은 과정에 의해 그들은 자신들이 행한 행동이나 결과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기간이 작금의 사태처럼 장시간 지속됨에 따라 자신들의 친분이나 파벌의 이익이 곧 정의라는 착각에 빠져 살아온 것 같다. 그리고 그 후에는 최근의 언론 기사에서 우리가 접한 바와 같이 그들의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과 사람들은 당연히 악을 저지르는 적으로 간주해 수많은 도리에 어긋난 짓을 자행해 왔던 것 같다. 이에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에 대해 분노함과 함께, 지난 몇 년간 이 같은 행위들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과 권력기관들이 이를 외면하고 동조했다는 판단 때문에 지금 분노하고 있음을 지난 몇 주간의 촛불 집회로 대신하고 있음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촛불은 더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엄동설한에 추위를 무릅쓰고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가슴 아파하며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분노와 원망과 관련된 사건들의 전 과정을 밝혀내고, 그 사건들에 관련된 사람들을 온전히 기억하는 과정이 우선시돼야 함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서 휘

    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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