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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한 그루 - 이광석

  • 기사입력 : 2016-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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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파가 겹겹으로 포위를 해도

    조선의 소나무들은 추위를 탓하지 않는다

    백 년 묵은 노송들 낡은 두루마기 내복까지 벗겨져도

    집안 어르신답게 제 뿌리를 지킨다

    세상에 땅속보다 더 따신 곳이 어디 있으랴

    저 꽁꽁 언 대지에 새순 피리 부는 소리

    긴 들판을 돌아 나오는 고요의 대금 소리 누가 먼저 들을까

    눈이 아무리 내려도, 내려서 제 몸을 덮어도

    눈이 다녀간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는다

    찍고 돌아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승에 발자국 하나 남긴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업장인가

    거친 세월의 청문회를 모두 이겨낸

    저 푸르디푸른 자존

    시대의 칼바람에 맞서 오늘도 자신을 한지 위에

    올려놓고 온종일 문초를 자청하는 노송 한 그루

    조선의 선비를 본다

    ☞ 지난 주말, 서울에는 함박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날 이곳 남녘에는 깊어진 가을날을 아쉬워하듯 비가 왔습니다. 마냥 어수선한 11월 그렇게 보내고 우리는 다시 12월을 맞이합니다.

    이승에서의 발자국을 어떤 식으로 남겨야 하는지, 내린 눈을 온몸으로 덮어쓰고도 문초를 자청하는 한 그루 노송을 통해 ‘어른다워야’함을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어른(?)임에도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어떤 어른이 되어 있는지, 과연 어른 노릇은 잘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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