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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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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은퇴자들의 일상을 보며-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6-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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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에 국밥집을 운영하는 분이 계신다. 이분은 젊은 시절 시의원을 지냈고 마을 봉사활동도 왕성하게 했다. 이분은 은퇴 뒤 눈높이를 낮춰 돼지국밥집을 운영하고 여전히 봉사활동도 많이 하신다. 스포츠맨인 이분은 오후에는 동네 탁구 동호인과 탁구를 즐기고 틈틈이 산악자전거도 탄다. 그래서인지 현역에 있을 때보다 밝고 건강해 보인다.

    또 다른 한 분은 30년 이상 공무원을 하다 올해 경남도청에서 퇴직했다. 관광 관련 부서에 오래 근무한 이분은 퇴직과 동시에 작은 여행사를 차렸다. 그는 퇴직 전 “큰 욕심 없다. 한 달에 100만원가량 벌 수 있고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이분 역시 틈이 날 때마다 인근 근교 산을 찾는다.

    주변에 은퇴한 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유심히 보고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은퇴 뒤 제2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남자들의 고민은 은퇴 뒤 생활자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지와 무엇을 하며 소일할 것인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은퇴 후 생활비는 각 개인이 기대하는 생활 수준과 그동안 준비해 온 내용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달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무엇을 하며 소일할 것인지에 대해선 이미 퇴직한 선배나 주위 분들을 보며 많은 시사점을 얻는다. 또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조언을 듣기도 했다.

    퇴직을 한 뒤 맞이하는 일상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직장 생활 땐 그렇게 없던 시간이 무한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하루하루는 매일 일요일이어서 요일은 무의미하다.

    귀촌을 해서 시골에서 집 짓고, 꽃 심고, 채소 가꾸고 온갖 흙장난을 해도 3년만 하고 나면 할 게 별로 없다고 한다. 필자가 아는 한 지인도 밀양 단장면으로 귀촌한 지 3년 만에 외로움 때문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고 살던 집을 팔려고 내놨다. TV 속에 나오는 ‘자연인’은 말 그대로 자연과 고독한 시간에 잘 적응한 사람들이며, 상당수 귀촌인들은 사람 사는 곳이 그리워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은퇴한 도시인들의 생활은 더 무료하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갈 곳이 마땅찮다.

    우스개로 마산에는 ‘무학대학’, 창원에는 ‘정병대학’ ‘천주대학’, 진해엔 ‘장복대학’ ‘불모대학’이 있다고 한다. 도시 은퇴자들이 막상 퇴직하고 나니 갈 곳이 없어 매일 인근 산을 찾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치 노인대학에 출석하듯 동네 주변 산으로 출석을 하지만, 그것도 오전 일과에 불과하다. 오후부터는 또 할 일이 없다.

    은퇴 뒤 맞이하는 또 다른 변화는 기존에 구축했던 여러 관계망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퇴자는 혼자에 익숙해져야 한다. 혼자 밥을 챙겨 먹는 것을 비롯해 혼자 술 마시기, 혼자 영화보기 등….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자들의 일상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남은 30년을 보람있게 지낼지 각자 궁리한다. 이런 시기에 정부나 지자체가 이들을 대상으로 제2의 인생을 잘 준비하도록 교육하고 안내해 주면 안될까.

    이 상 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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