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조덕화 예다원 원장

“정 담은 차 나누며 다례 매력 알릴래요”
1988년 차 입문 후 1998년 예다원 열어

  • 기사입력 : 2016-12-02 07:00:00
  •   
  • 메인이미지


    추운 겨울 움츠러드는 몸과 마음에 따뜻한 차(茶)가 그리워진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차향에 끌려 찾아간 곳, 경남도립미술관 앞에 자리한 단학(丹鶴) 예다원에서 조덕화(60·여) 원장을 만났다.

    이곳에는 “선생님 보고 싶어 왔어요”라거나 “차 한잔 마시려고요”라며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인사말에서 느껴지는 서로간의 ‘정’은 ‘차’만큼이나 따뜻했기에 이들의 방문이 차인(茶人) 조덕화 원장을 만나기 위함인지 차를 마시기 위해서인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조덕화 원장은 “차인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이 가진 차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고, 다양한 빛깔의 차만큼이나 이력이 화려하다.

    지난 1988년 차에 입문해 1998년도부터 한국차인연합회 단학 예다원을 운영해오며 현재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과 한국차학회 상임이사, 다도대학 담임을 맡고 있다. 앞서 14년간 성주사와 해군사관학교 전통문화연구반, 경남여성회관에서 차와 예절 교육을 했다. 또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 강사 등을 지내며 누구나 언제 어느 곳에서 차를 접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메인이미지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립미술관 앞 예다원에서 단학(丹鶴) 조덕화 원장이 차를 우려내고 있다./전강용 기자/

    중국 복건성 하문시에서 제1회 한·중·일 3국 간의 차 문화 교류에도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등 국내외적으로도 차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창원 성산아트홀 어울림마당 등에서 열린 ‘창원시민과 함께하는 별·달빛다회’를 접해본 이라면 예다원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겠다. 지난 10월 열린 별·달빛다회에서만 전국 각지에서 500여명이 몰리면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는데, 이 다회만 벌써 16회째가 됐다.

    예다원은 2000년부터 경남도립미술관 앞 2층 주택(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6-7)에 있다. 1층에서는 교육장을 열어 초급반, 중급반, 사범반, 중국 차 품평반에서 선차반, 유아 다례반에 이르기까지 지도하고 있고, 2층에서는 찻집을 운영한다. 사범과정에서는 조 원장의 가르침 아래 3년에서 4년간 차와 예절을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을 마치고 다도 사범 자격증을 수여한 제자들은 현재 75명으로, 내년 봄이면 8명이 더 수료할 예정이다. 이들이 모여 봄이면 차계에서는 보기 힘든 춘다회를 연다. 스승의 가르침을 기리고 선후배 간의 정을 이어나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조 원장도 처음부터 차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조 원장은 “1985년 서울에 있을 때 둘째아들을 낳고 제대로 조리하지 못해서인지 산후풍에 시달렸다. 심신을 치료해보려 단전호흡 학원을 찾게 됐다”면서 “운동을 끝내고 나면 원장님께서 늘 차를 주셨는데, 마셔 보면 너무 썼다. 그래서 ‘선생님, 저는 설탕을 주세요’라고 하곤 했다. 그런데 20명 중 설탕을 넣는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 ‘왜 다들 쓴 차를 마시지’라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 쓴맛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더라. 이게 차하고의 첫만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로는 차를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메인이미지

    1988년 초 그는 서울에서 남편 따라 창원에 내려왔다. 창원에서 맨 처음 한 일은 단전호흡 학원을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요가원을 다니게 됐고, 간절했던 차의 그리움은 그를 경남여성회관 다예절반으로 이끌었다.

    다예절반에 입문하면서 고(故) 이명은 차 스승을 만나고 또 차문화협회에서 차문화 고전을 가르쳤던 고(故) 윤경혁 스승을 만나게 됐다.

    조 원장은 “차와 예절을 가르쳐준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들에게 스승님이란 호칭은 쓰지 않았다”면서 “사범과정 7년을 두 스승님에게, 또 그 외 많은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배웠다. 스승님을 통해 내 삶이 바뀌었다. 그냥 평범한 삶을 살던 내가 스승님을 만나서 예를 배우며 차 문화를 배웠고, 종합예술을 배웠다. 7년은 짧은 세월은 아니었다. 아직도 두 스승을 닮아가고자 노력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그의 호 ‘단학(丹鶴)’은 이명은 스승에게서 받은 것으로, 조 원장의 아호 ‘일단’의 ‘단(丹)’자와 스승의 아호 ‘무학’의 ‘학(鶴)’자가 연결된 것이다.

    손님이 오면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주는 것은 우리네 정(情) 문화였다.

    그는 “차를 우려내며 인내와 여유를 갖게 되고, 물 끓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기를 만지고 또 차의 빛깔을 보고 맛과 향을 음미하다 보면 오감이 깨어난다”면서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상대방의 눈을 보며 마음을 나누게 된다. 찻자리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은 때론 밥값보다 비쌀 때가 있다. 하지만 주는 이로 하여금 아깝지 않고, 마신 이로 하여금 부담스럽지가 않다. 찻자리에 정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가 로맨스(Romance)라면 차는 법(法)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선인들의 글에 ‘차를 마시니까 건강에 이롭더라, 차를 마시니까 예스럽더라, 차를 마시니까 사색공간이 넓어지더라’라는 말이 있다. 또 불가에서는 ‘선다일여(禪茶一如)’라 하여 선수행을 차를 마시는 것과 같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를 ‘종합예술’로 비유했다. 기호음료로 차를 시작해 건강음료로, 깊이 있게는 예(禮)를 알게 되고, 예를 익히게 되면 다예(多藝)가 돼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차 문화는 삶의 품격을 높인다”면서 “차를 마시는 것은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바람이 있다면, 차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문화라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하는 것이다”면서 “이제는 제자들이 청출어람해 주길 바라며 교육에 힘쓰고 있다. 차를 접하고 익힐 수 있는 있는 장 마련에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쉬운 찻자리를 뒤로하면서 조 원장이 평소 무슨 차를 주로 마시는지, 이 겨울 어울리는 차를 추천받았다.

    조 원장은 “차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이 차 저 차를 즐기지만, 아침으로 녹차를 꼭 마신다. 요즘 같은 날이면 따뜻한 보양 대추차와 생강차, 모과차, 국화차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재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