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작가칼럼] 천상병, 당신의 고향 창원에서는 아직- 장진화(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6-12-02 07:00:00
  •   
  • 메인이미지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천상병 유고 에세이집인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를 발견하게 됐다. 천상병 시인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시고 일 년 뒤 그러니까 1994년에 천상병 시인이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여러 산문들을 소설가 천승세씨가 엮은 책인데 무심히 펼친 페이지에서 그의 고향 마산 진동에 대한 내용이 성큼 눈에 들어왔다.

    ‘내 어릴 적에는 마산 근처 진동면에서 살았다.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외할머니와 함께 조개도 주웠던 기억이 난다.’ 1991년 8월 ‘녹십자’에 실린 ‘청춘이 그립다’ 중에 한 부분이다.

    고향 진동에 대한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며칠 전에 마산 고향에 내려갔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창군 진동면이 내 어릴 적 고향이다. 하지만 마산도 내가 중학교(그 당시는 중학교 6년제)를 다닐 때 살았으니 내 고향이나 다를 게 없다.’ 1990년 5월 ‘월간조선’에 실린 ‘외할머니 손잡고 걷던 바닷가’에 실린 내용인데, 마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들과 김춘수 선생과의 인연 등등이 소개돼 있다.

    정가가 5500원인 이 책을 내가 언제 샀었나 하는 생각을 하다, 책 표지 뒷면에 내 이름과 함께 ‘98. 9. 24. 목순옥’이라는 친필이 오래된 내 기억을 소환케 했다. 천상병 시인이 돌아가시고 나서 그의 삶이 ‘천상시인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1998년 마산에서 공연됐었다. 그때 연극을 보고 천상병 시인의 부인인 목순옥 여사의 사인회가 있어 이 책을 샀던 것이다. 당시 천상병 시인의 고향인 마산에서 그의 삶을 다룬 연극이 공연되면서 그와 관련한 다양한 기념사업들이 들불처럼 일어날 거라 기대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따금씩 마산 출신의 문인을 거론할 때 함께 이름을 올릴 뿐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의정부에서 천상병문학제를 열고, 또 최근에는 천상병문학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의정부로 이사 가기 전 살았던 서울 수락산 아래에는 ‘시인 천상병 공원’이 만들어져 천진난만하게 아이들과 웃고 있는 천상병 동상이 있고, 그곳에서 수락문까지 가로등 기둥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를 새겨 놓았다고 한다.

    그의 고향인 창원에도 그에 대한 흔적이 있긴 하다. 2009년 무학산 만날공원에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새’를 새긴 시비가 세워졌다. 창동예술촌에도 잘 찾아보면 그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또 산호공원 시의 거리에 ‘귀천’ 시비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떠올려 보기엔 그게 전부인 듯하다.

    올해 창원시가 야심차게 내걸었던 ‘문화예술특별시’라는 슬로건이 떠올랐다. 과연 문화예술특별시로 나아갈 만큼 문화자산을 소중히 여기고는 있을까. 통합 창원시가 배출한 많은 예술인들이 있어 이를 다 담아내긴 힘들 수도 있지만,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이라 일컫는 천상병 시인의 고향 마산 진북 대티리라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어려운 일일까? 그렇다.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창원시가 김종영미술관 건립과 조각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소답동에 있는 김종영 생가가 2005년 근대문화유산 제200호로 지정되고도 지금까지 도로변에 안내 표지판 하나 없고, 600년 창원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창원읍성 동문 복원 예정지에도 그 어떤 팻말 하나 서 있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보아 필자의 기대는 사뭇 먼 나라 얘기 같은 느낌이다.

    장 진 화

    아동문학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