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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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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거짓부렁이 시장을 만든 정책- 김진현(통영고성 본부장·이사대우)

  • 기사입력 : 2016-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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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참 무섭다. 이놈은 한 번 나오면 끝이다. 특히 위정자(爲政者)의 말은 더욱 무겁다. 정확하지 않는 말의 성찬에는 언제나 두려운 비판과 질책이 따른다.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말 같은 글도 무섭다. 그래서 몇 번이고 읽어보게 하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꿈에 그리던 여행을 했다. 돈도 시간도 변변찮아 꿈만 꾸던 유럽여행.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책으로만, 그림으로만 보던 곳을 직접 경험했다. 폼페이 산타페 콜로세움에 베네치아 에펠탑에 바티칸 그리고 마르세이유. 이곳들을 보며 두 가지에 놀랐다. 유적들과 관광지의 경이로움과 함께 이곳들이 왜 관광명소가 될 수밖에 없는지에 더 놀랐다. 관광대국의 인프라는 놀라웠다. 현지안내인에 따르면 심한 반대로 20년 후 철거를 약속하고 만든 에펠탑의 연간 순이익이 6000억원이란다. 신도들의 입장을 단순히 금액으로 환산한다는 비판이 있겠지만 바티칸의 하루 입장료 수익만 12억원에 이른단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가기 위한 숙박시설과 기차를 통한 수익은 상상을 불허한다. 이를 위해 스위스는 자연환경을 해치면서도 3000m 넘는 꼭대기까지 열차 길을 만들었다. 카프리 섬 정상에 오르는 리프트는 주민들의 생활공간 바로 3~4m 위를 지난다. 생활상이 송두리째 보인다. 그래도 그들은 감수한다. 지붕 없는 박물관 로마. 유물로 인해 도심에서 새 건물을 짓거나 증개축은 물론 길도 넓힐 수도 없다. 불편하지만 시민들은 이를 이용해 생계를 만들었다. 승합차로 관광을 시키는 일명 벤츠관광. 1~2시간 시내관광을 시켜주며 60유로씩을 받았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이곳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 뱃사공이란다. 7억쯤 된다나.

    지난해부터 잦은 외유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3월 19일 김동진 통영시장은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리고는 “5월부터 중국에서 전세기가 취항합니다. 그래서 매달 중국 관광객 1000명이 통영에 옵니다. 새로운 중국관광객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고 했다. 생뚱맞은 기자회견이었고, 며칠 지나 하동군서 유치한 관광객의 여행 일정에 통영이 들어있다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관광객이 밀려올 거란 기대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12월. 올 한 해 통영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얼마나 될까. 한 달 1000명은 고사하고 5월부터 7개월간 다 더해도 1000명이 안 된다. 공식적으로는 11월 30일 현재 815명. 인센티브를 미신고한 중국관광객, 다시 말해 확인 어려운 관광객은 1445명이란다. 도긴개긴이다.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의한 정책은 결론적으로 시장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지금 통영의 관광 종사자들은 시장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한다. 인프라 없이 중국관광 관계자들의 말을 맹신한 결과로 한 중국관광객 유치 기자회견은 웃음거리가 됐다. 지난 9월 한 달 통영시를 찾은 관광객 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는 관광 정책 지표로 활용하겠다는 자료를 냈다. 설문의 내용은 차치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상황을 표하는지, 관광객들의 속내가 뭔지 등등 관광 정책 전문가의 자문과 연구 없이 관광객들의 단편적인 생각만 듣고 정책을 바꿔보려는 발생이 자칫 시장을 또다시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관광객 유치의 기본은 인프라 조성이다. 바탕을 튼튼히 해놓고 관광객 얼마를 유치하겠다는 정책. 이것이 시장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않는 길이다.

    김진현 (통영고성 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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