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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영국인도 풀지 못하는 한국 수능 영어문제- 황미화(위드에이블 원장)

  • 기사입력 : 2016-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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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인들에게 한국의 수능 영어문제를 풀어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 답은 이 글의 제목과 같다.

    지난달 10일자 중앙의 모 일간지 인터넷판에는 실제 9명의 영국인이 2개의 우리나라 수능 영어문제 풀이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풀이 결과는 참담하다. 첫 번째 문제는 9명 모두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두 번째 문제 역시 겨우 2명만 정답을 알아낸다. 그러나 그 2명도 사실은 이해한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찍은 것이라고 고백한다. 이들은 이 문제에는 답이 없다거나 문제의 지문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영국인은 “나는 50년 넘게 영어를 써왔는데도 이 문제를 못 풀겠다”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영국의 명문대학인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는 여성은 두 문제 모두 맞히지 못한다. 같은 대학 출신인 신부님도 ‘찍어서’ 겨우 한 문제를 맞혔다. 그들은 이처럼 고난도 문제를 1분 이내에 풀어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 놀라워했다.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들은 원어민들도 풀지 못하는 고난도의 영어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밤낮 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는 물론 대학과 대학졸업 이후까지 끊임없이 영어에 목을 매고 있다. 매년 12월이 다가오면 초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는 심란해진다. 겨울방학 동안 영어 및 공부캠프 시즌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4주에서 8주에 이르는 겨울방학 영어캠프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소요된다. 미국, 호주 등 해외영어 캠프의 경우 천만원을 넘는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아이들 역시 죽을 지경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있는 초등학생 대상 모 공부캠프의 경우 12월 말부터 4주간 숙식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13시간씩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 그야말로 공부지옥이 따로 없다. 겨울방학이라도 아이들은 독서, 여행, 영화나 연극관람, 취미생활, 놀기 등은 꿈도 못 꾼다. 세상 어떤 곳에도 어린나이에 이처럼 공부를 강요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중고 학과공부와 대학입시는 물론 대학에 이르기까지 영어성적이 전체 석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고시, 임용시험, 대기업, 언론기관, 공공투자기관 등 각종 취업시험에 영어성적이 나쁘면 합격할 수가 없다. 시험과목은 여러 가지라도 결국 영어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취직시험에는 공무원이든 사기업이든 천편일률적으로 영어시험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영어성적이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영어성적이 좋은 사람이 합격해 실제 업무에서 영어가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이란 결국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질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니 영어시험은 이미 그것을 변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타당성을 상실한 것이다. 특별히 영어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공직의 고시나 영어과목이 아닌 임용시험에서 굳이 영어성적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을까? 최소한의 영어지식만 확인하거나 선택과목으로 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17일 우리 아이들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쳤다. 역시 아이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과목은 영어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들어가서도 졸업을 해서도 토익, 토플, 해외연수 등 끝나지 않는다. 우리사회는 영어의 효용성에 비해 불필요하게 돈과 시간, 그리고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영어 문외한이라도 다양한 앱을 이용해 영어번역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반드시 영어가 필요한 분야가 아니면 중3 정도의 기초영어와 간단한 실용회화 정도만 공부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그 여분의 시간과 돈은 우리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을 텐데….

    황미화 (위드에이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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