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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 심번려란(心煩慮亂) - 마음은 괴롭고 생각은 어지럽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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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1년 문학박사 논문 심사를 다 받은 뒤, 5명의 심사위원의 확인 도장을 받아 제출해야 했다.

    공중전화로 각 지역에 사는 5명의 교수와 만날 약속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교수의 댁에서 나와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해서 약속이 되면 그 집으로 가서 확인 도장을 받고, 또다시 다른 교수 댁에 전화를 걸어 약속을 하는 것이었다.

    두 분 교수에게는 비교적 쉽게 도장을 받고 나서, 좀 멀리 사는 교수 댁을 가려고 개인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 휴대전화가 있었다. 그때는 휴대전화가 모양이나 크기가 장작만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길이 꽉 막혔다. 약속 시간에 댈 수 없어 운전기사에게 “이 전화 좀 쓸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니, 쓰라고 했다. 사정을 이야기해 도착시간을 수정해 약속했다. 너무나 편리하기에 돈이 좀 들어도 그 택시를 계속 빌려 나머지 두 교수 댁도 방문해 하루 만에 일을 다 끝냈다. 2~3일 정도 잡고 서울 올라왔는데, 하루 만에 가뿐하게 일을 끝냈다.

    그 휴대전화가 너무나 편리하고 신기해, “이 전화기 얼마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2년 전에 300만원”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대학교수 3개월치 월급이니까, “도저히 살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1996년 중국에 살다가 오니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휴대전화 없이 2000년까지 버텼다. 주변에서 사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화를 내며 “자기 혼자 편하자고 휴대전화 안 가지면 되느냐?”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그러나 “전화 때문에 자꾸 밖에 끌려나가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는데, 휴대전화까지 가져서 되겠나?” 싶어 마련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어떤 지인이 휴대전화 대리점으로 끌고 가 사서 등록해 주었다. 갖고 보니 편리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과연 공부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어떤 날은 아침 첫 숟가락 뜨는 순간부터 전화가 와서 밥도 못 먹고 학교 가는 날도 있었다.

    고사성어(故事成語) 모르는 것 묻는 사람, 책 보다가 이해 안 되는 부분 묻는 사람, 심지어 자기 조상 찾아달라는 사람까지 있었다. 몇 달 안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부득이 꺼 놓고 지냈다. 요즈음 편리한 만큼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휴대전화라고 한다. 갖가지 광고는 물론이고, 정치적 도움을 요청할 때, 또는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공격하거나 협박할 때도 쓰인다. 심한 욕설로 문자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 때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나라 일로 마음이 어지러운 때,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위안을 주는 말을 주고받길 바란다.

    *心 : 마음 심. *煩 : 번거로울 번. *慮 : 생각 려. *亂 : 어지러울 란.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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