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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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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남 늬우스] 숨은 박사모들을 만나다

  • 기사입력 : 2016-12-07 14: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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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성인 25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10.5%로, 전주보다 0.8%포인트 올랐습니다. 지지율이 오른 것은 '최순실 게이트' 시작 직전인 지난 10월 첫째 주(33.7%) 이후 8주만에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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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지난 두 달 동안 상당수의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영남권의 콘크리트 지지층 또한 무너졌다는 보도들이 쏟아졌죠. 실제로 그런지 궁금했습니다. 정말로 박근혜 대통령을 찍은 자신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다며 오열하는 보수층이 우리 가까이 있는지요.
     
    그래서 경남에 사는 아무나(?) 잡고 물어봤습니다. 처음엔 조금 조심스러워 즉답을 피하더니 마침내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더군요. 그리고 알았습니다. 꽤나 많은 '숨어 있는 박사모'들이 있다는 것을요. 그들이 했던 말을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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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모씨(1960년생/창원/택시기사) = 나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사람이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을 이전만큼 지지하지는 않는다. 물러나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절대 잘했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미운 사람은 최순실이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다. 시골에 노모가 계신다. 하시는 말씀이, 어릴 때 부모 잃고 옷 하나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가까이 했던 사람이 최순실인데, 최순실이 잘못했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저렇게 몰아세우면 되느냐고, 측은하다고 하신다. 100만 촛불만 민심이고 거리에 나가지 않은 나머지는 민심이 아닌가? 표현을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이모씨(1961년생/남해/중견기업 재직) =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들 중에 명확히 입증된 것이 있느냐? 모두 의혹들이다. 지금 거기에 정치적 슬로건 내걸고 선동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4월에 물러나겠다고 말했으니 기다려주면 될 것 아니냐. 탄핵하나 스스로 물러나나 결과적으로 뭐가 다른가? 지금 이 상황은 야당이 탄핵을 빌미로 여론을 선동하는 거다. 그리고 탄핵이 될 것 같은가? 헌법재판소에서 뒤집어 질 것이 뻔하다. 잘못된 일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머리채 잡아 끌어내리는 듯 한 모양새는 아니라고 본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5% 나왔다고 하던데, 요새 여론조사 제대로 된 거 있는가?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이런 정국이 계속될 경우 콘크리트 층은 부활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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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모씨(1953년생/창원/자영업) = 촛불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동원된 세력이 많을 것이다. 노동단체나 사회단체 등 단체에서 나오거나, 일부는 돈을 받고도 나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 않느냐.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이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그러다가 야당이 역풍을 맞는 수가 있다.
     
    ▲김모씨(1953년생/부산/건설업) = 나는 젊은 시절부터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였고, 단 한번도 다른 정당에 표를 행사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텔레비젼도 안 켜고 신문도 안 읽으려고 노력한다. 실망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야나 탄핵보다는 4월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후임을 누구로 할 것이냐, 정계개편이 어떻게 이뤄질 것이냐가 이 시점에서는 더 중요하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은 오랜 시간 혼자 지내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고 그 여파가 국정에까지 미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는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있으므로 보장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살 먹지도 않은 꼬마들이 국가원수를 향해서 반말을 하고 조롱거리로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게 올바른 교육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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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현 정국에 대한 견해를 모아보면 이렇게 간추릴 수 있었습니다.  1. 박근혜 대통령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2. 진짜 잘못한 사람은 최순실이다.  3.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4. 대통령이 물러나도 야당을 지지할 생각은 없다.  5.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절대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박사모의 맹목적 태도와는 달랐지만 잘못은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에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측은하다는 국민적 정서는 변함이 없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한 정치학자는 '정치는 이성이 아닌 감성과 상징에 의해 지배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던데, 이들에게 적합한 말 같았습니다.
     
    사실 취재 중에 이보다 더 놀라웠던 건 젊은층에도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이 미약하게나마 존재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스스로 신분을 밝히기 거부한 한 20대는 "어디서 돈 받고 이런 말 하고 다니냐고 놀리지만 그렇지 않다. 수가 적기는 하지만 탄핵 정국과 촛불집회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2~30대도 분명 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 성향은 아이가 커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 부모가 왜 교육을 시키느냐. 무슨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20대 또한 "부모님이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다. 어릴 적부터 많은 정치교육을 받았다."고 밝혀 기자의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말대로 이들은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한 입을 꾹 다물고 있을지 모릅니다. 또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존재하는지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요, 일단 이들 '숨은 박사모'들의 바람처럼 당장 물러나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어 보입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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