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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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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빨라도 너무 빠른 과학기술- 이정환(재료연구소 부소장)

  • 기사입력 : 2016-1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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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한 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며칠 전에 시작한 것 같은 2016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여러 번 찾아온 12월이다. 격변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시국 때문에 한 해를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아직은 어려울 것 같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근본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으로서 그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 결과 폭주 기관차 아니 자기부상 고속철과 같은 변화의 속도는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발전과 성장의 궤도에 올라타 있기 때문에 내릴 수는 없는 상태이다.

    MIT technology review는 올해 중요한 도약을 한 기술 10개를 발표했다. 선정된 기술은 면역공학(Immune Engineering), 정밀 유전자 편집(Precise Gene Editing in Plants), 대화형 인터페이스(Conversational Interfaces), 재사용 로켓(Reusable Rockets), 인공지능로봇(Robots That Teach Each Other), DNA 앱(DNA App Store), 대규모 태양광 발전(Solar City’s Gigafactory), 직장용 카톡(Slack), 무인자동차(Tesla Autopilot), 일상 환경에서 에너지 하베스팅(Power from the Air) 등이다.

    기술의 선정은 미국, 중국, 유럽에서 2016년 현재 상용화되었거나 앞으로 2~3년 내에 상용화가 예상되는 기술들로 소개가 됐다.

    지면의 제한으로 각 기술들의 세부 내용과 영향에 대해서 소개할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주목할 점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기술도 적용의 방식이나 속도가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제안된 기술이 일상의 삶에 100% 안착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2016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으로 선정된 기술만으로도 10년 뒤 인류의 일상은 지금과는 매우 다를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몇만 년 전의 원시인을 콜럼버스호 시대로 데려오는 것과 콜롬버스호의 선원을 지금으로 데려와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한다면 당연히 전자가 더 짧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 뒤에 우리는 마치 타임머신에 실려 대항해 시대에 떨어진 원시인보다 더한 환경 속을 살면서 어리둥절해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기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런 철학적인 바탕을 기초로 국가나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명제가 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육성하여 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맹목적인 개발의 결과가 디스토피아(Dystopia)를 앞당길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을 다시 빌리면 우리 인류는 생명체를 지배하는 물리적, 힘, 화학반응, 자연선택 과정에 종속되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룩한다고 할지라도 생물학적으로 결정돼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즉, 보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도구로서의 과학기술의 역할은 디스토피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수밖에는 없다.

    올해 내내 출연연구소는 연구의 효율성에 대한 다양한 주문과 매운 질타를 받아 왔다. 과학기술의 개발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효율성이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필자는 올해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생활했다. 일상생활에서 과학기술의 수동적인 수용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이 연구에서도 필요하다. 일상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건강하게 바꾸는 도구로서의 과학기술을 위해 우리의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윤여준 전 장관께서도 민주주의는 원래 시끌벅적한 것이 정상이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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