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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탐방] 1. 버스텀 이노르

  • 기사입력 : 2016-12-09 16: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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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 뉴미디어부가 새 기획물 [다방탐방]을 시작합니다. 제목 그대로 다방을 탐방하는 코너입니다. 여기서 '다방' 은 단지 차를 마시는 공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지양하고, 소소한 골목상권을 지향하며, 지역과 상생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해 나가는 카페들을 귀하게 모셔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카페라는 공간에 들어서서, 앉아서 뭔가를 먹고, 바라보다가 일어섭니다. 공간을 구상하고 마실 것을 만든 사람에게 공간 자체와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위의 진짜 의미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속 깊은 이야기를 대신 들어 글로써 전하려고 합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핫 플레이스가 있다면,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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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첫 번째 다방, 버스텀 이노르
     
    버스텀 이노르(Busterm Inor)라는 이름부터 알아보자. 워낙 특이하게 들리니까. 이 단어의 명확한 뜻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띄어쓰기를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M을 떼어내 Inor에 붙여보자. Buster minor, 버스터 마이너. 마이너들의 반란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는 카페가 위치한 곳의 지리적 요소도 숨어있다. 이 3층짜리 카페는 마산남부터미널과 2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마주보고 우뚝 서 있다. 동공에 힘을 풀고 혀를 늘어뜨린 채 '버스터미널'을 발음해보면 버스텀이노르가 된다. 버스터미널. 버스텀이노르.
     
    왜 마이너들의 반란이가? 궁금했다. 조용히 커피 마시는 곳이 아니라는 말인가. 버스텀 이노르 대표 김 강(34)씨는 "이 공간의 본질적인 컨셉은 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마산출신으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복지재단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해왔다. 사진을 오래 찍어왔고, 자칭 여행가이기도 하다. 33개국을 돌아다녔다.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있는 재단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 공간을 구상했다. 재단 후원금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꿈'은 1층, 2층, 3층 각 층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짜여 지고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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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하게도 1층은 의류 편집샵이다. 놀랍게도 버스텀 이노르 소속의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 한 옷을 판다. 디자이너 이상봉의 디자인실에서 옷을 만들었던 재원이다. 브랜드명 또한 '버스텀 이노르'다. 겨울 코트 가격대는 20만 원대 후반~30만 원대 초반. 이외에도 다양한 옷과 장신구를 판다. 모두 기성품이 아닌 디자이너들의 옷이다.

    2층에서는 커피를 판다. 바리스타 또한 대기업 커피 브랜드 수퍼바이저 자리를 과감하게 버리고 버스텀 이노르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메뉴를 개발하고 시험할 자유를 택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음료가 구구퐁. 어릴 적에 먹던 조리퐁을 넣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렇게 김 대표를 비롯해서 팀장 1명, 디자이너 1명, 바리스타 1명 총 4명이 이 공간을 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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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층의 인테리어도 독특하면서 이국적이다.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이다. 소품 하나, 의자 하나, 벽지 하나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 모양새다. 모두 버스텀 이노르 일원들이 모여 회의를 거쳐 구성된 공간이다. 장어집이 있던 건물을 허물고 3층짜리 건물을 올리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2014년에 실무적인 작업을 시작해 지난 9월 9일에 정식 오픈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이미 5년 전에 구상이 되어 있었어요. 그땐 가칭으로 마산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역 대학생들이 만든 의류를 파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지역적 기반은 마산이고, 사람을 머물게 하는 매개는 커피로 설정했다. 5년 뒤, 마산프로젝트는 버스텀 이노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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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이후에는 정신이 없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3개월 정도 지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심심찮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특히 마산 최초의 루프탑(rooftop)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옥상을 별개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반대가 많았다. 산이나 바다가 있어 좋은 풍경도 아닌데 누가 옥상에 올라가 앉아 있겠냐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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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텀 이노르 대표 김 강 씨. /성승건 기자/

    루프탑에서 바라본 풍광은 남부터미널과 주변에 산적한?상가, 들쭉날쭉한 아파트, 허름한 주택, 혼잡한 도로… 일상이 베어든 흔한 그림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가장 마산스러운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생각했고, 그 풍경을 주의깊게 관망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급 자체가 없으니 수요가 있을리가 없다는 논리였다. "예상은 맞아떨어졌어요. 일단 만들고 보니, 정말 많이 찾아옵니다. 루프탑에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을 불러 강연도 하고 공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엔 프로프즈 이벤트도 있었구요." 언젠가는 저소득층을 위한 스몰웨딩 장소로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아기부터 노인까지 아무나 드나들고 머물 수 있는 곳이요. 계속 새로운 것들을 기획하고 개발해 나갈 거예요. 4월이면 세월호를, 9월이면 태풍 매미를 기억하는, 사회에 맞닿은 다양한 색깔을 내는 공간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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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포인트
    2층 카페에 눈에 띄는 테이블이 하나 있다. 이 테이블에 앉아 30분 동안 스마트폰을 보지도 만지지도 않는데 성공하면 스콘, 아이스 버거 혹은?아이스크림, 아메리카노 중 한잔을 무료로 준다. 일명 비 아날로그 무브먼트(B. Analog Movement). 일종의 캠페인이다. 스마트폰 보는 것을 멈추고 사람을 바라보라는 의미다. 좀 불편했지만 더 행복했던 시절을 30분만이라도 떠올려보라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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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메뉴
    클래식 아이리쉬 커피(9,300원)와 치즈 케익 라떼(6,100원). 클래식 아이리쉬 커피는 제임슨 아이리쉬 위스키를 잔 밑에 깔고 커피와 생크림을 올렸다. 달콤하고 알싸하다. 치즈 케익 라떼는 마스카포네 치즈에 커피, 생크림, 치즈 케익, 초콜릿 토핑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참으로 달고 풍성한 맛을 낸다.


    ■위치 및 영업시간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39-7
    오전 11시~자정, 연중무휴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성승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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