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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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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21) 산청 (10) 삼장면 방장산 대원사~덕천강 대포숲

걸음 멈추고 나를 낮추니 마음이 비워진다

  • 기사입력 : 2016-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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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신년 한 해의 끝자락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내년에는 더 행복한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난해를 되돌아본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이 절실해지는 때이다. 사람은 매우 다양한 욕구와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욕심을 버려야 행복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말이야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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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3대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유명한 대원사. 신라 24대 진흥왕 9년(548) 연기조사가 평원사를 창건한 것이 시초로 전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디론가 길을 떠나보는 것이다. 빠른 길을 가더라도 잠시 멈춰 보면 다양한 진리를 만나게 된다. 말 없는 자연을 통해서 탐욕과 욕심을 비우고 또 비우는 지혜를 익힌다. 길에서 만난 자연이 입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욕심으로 막혀 있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뿐이다. 겨울바람 따라 들판을 걷다 감나무를 만났다. 아직 달려 있는 발갛게 익은 홍시를 입에 넣어보니 달콤한 맛이 떠나온 고향의 향수를 그립게 했다.
     
    감나무 밑에는 보일 듯 말 듯 작은 광대나물꽃, 봄까치꽃, 제비꽃이 겨울바람에 가냘프게 흔들리고 있었다. 꽃들은 작고 바람에 흔들리지만 쉽게 부러지지는 않는다. 꽃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자세히 보려면 낮은 자세를 하고 허리를 굽혀야 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작은 꽃도 나를 낮추고 겸손함을 가지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러나 자연은 옳고 그름을 판별하지는 않는다. 모두에게 공정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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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장산 대원사 대웅전.

    방장산 대원사·대원사다층석탑

    옛 산행의 추억을 찾은 유평마을에는 산꾼들의 왁자지껄하던 정취는 이제는 없었다. 유평마을을 떠나 대원사 계곡을 따라 잠시 걸으면 방장산 대원사가 있다. 여름에는 피서 온 사람들로 북적대던 절집 앞 계곡도 한적했다. 초입에 정돈된 석종형 승탑들이 대원사의 역사를 안고 마중 나온 스님처럼 반갑다. 자연석 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방장산 대원사라고 현판이 붙어있는 봉상루이다. 밖에서 보면 2층인 누각인데 경내에서 보면 단층이다. 가파른 산비탈을 이용해서 건축을 했나 보다. 봉상루(鳳翔樓)라는 누각의 현판은 하늘까지 올라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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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천강.

    정면에 대웅전과 오른쪽에 종각과 종무소가 있다. 대원사는 신라 24대 진흥왕 9년(548) 연기조사가 평원사를 창건한 것이 시초였으나, 오랫동안 폐사지로 있다가 조선 숙종 12년(1685) 운권선사가 터에 대원암을 세웠다고 전한다. 그 후 고종 27년(1890) 혜흔선사가 대원암을 대원사로 고쳤으나 1948년 여순반란사건 때 진압군에 의해 소실됐다. 1955년 비구니 법일스님이 비구니 선원으로 개설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원사는 건축물이 근래에 중창된 사찰이어서 고풍스러움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국내 3대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유명하다. 절집으로 들어서니 정갈함과 고요함이 묻어나는 풍경이 가득하다. 1967년 중건한 원통보전에는 관세음보살이 봉안돼 있다. 원통보전의 지붕 모양새가 만(卍)자의 독특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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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천강 송정숲.

    경내에 들어서면 절집들이 너무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특히 대웅전의 문살이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비구니 스님들의 심성이 반영된 것이라 여겨진다. 대원사 원통보전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면 축대 위의 장독대며, 장독대에서 산왕각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을 따라 차밭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매우 아름답다. 산책을 하다 만나는 승복을 입고 머리를 깎은 스님만 없다면 절집이 아니라 어느 뼈대 있는 종갓집을 떠올리게 했다.

    대원사에는 반자와 신중도, 다층석탑의 문화유산이 있다. 대원사의 품격을 한층 높여 주는 것은 보물 제1112호 다층석탑이다. 법일스님이 개설한 사리전 마당에 있는데, 대문에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가 늘 붙어 있다. 대원사 다층석탑을 보려면 종무소에 안내를 요청해야 한다. 다층석탑은 이중기단 위에 9층의 탑신과 꼭대기에 장식이 모두 갖춰진 모양을 갖추고 있다. 높이 6.6m로서 신라 선덕여왕 15년(646) 자장율사가 세웠으나, 임진왜란 때 무너진 것을 조선 정조 8년(1784)에 복원했다고 한다. 1층 탑신의 4면은 마멸이 심하지만 팔부신장상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네 곳의 모서리에는 문인석과 같은 석인상도 새겨져 있다. 각 층의 탑신과 지붕돌의 높이는 별 차이가 없지만 폭을 좁힌 탑의 비례와 처마가 둔중한 느낌을 주었다. 사리전을 나와 탑전을 안내해준 스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아늑한 대원사를 뒤로하고 삼십리 대원사 계곡을 벗어나니 속세로 나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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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장사지당간지주.

    삼장사지삼층석탑·계림정숲

    대원교를 건너 공사가 한창인 비탈진 좁은 도로를 지나니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고 차량을 통제하던 매표소는 탐방지원센터로 바뀌었고 주차장은 캠핑장이 돼 있었다. 옛날 좁은 도로가 새재까지 포장으로 말끔하게 단장돼 주차를 하는 차량들이 없어진 모양이다.

    여름이면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였을 겨울 캠핑장은 한산한 풍경이다. 지리산의 깊은 터널을 빠져나와 삼장면 평촌리로 향했다. 계단식 작은 논들이 층을 이루고 있는 비석골 또는 탑동마을이라 부르는 곳에 경남유형문화재 제31호 삼장사지삼층석탑이 있다. 삼층석탑으로 가는 길이 없어 마을 주민 이원한(83)씨가 가르쳐 준 곳으로 가니 콘크리트로 포장이 돼 있으나 개 사육 농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계단식 축대를 타고 곡예를 하듯 나뭇가지를 잡고 들어가야 탑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울 들판에 서있는 삼장사지삼층석탑도 절집에 있었으면 극진한 대우를 받았을 법한데 탑도 팔자가 있는 모양이다. 옛 삼장사의 터에 남아 있던 탑인데 무너져 흩어져 있던 것을 1989년 복원했다. 절의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 없고 주변에 건물의 기단을 비롯한 석조물이 남아있다. 탑은 전체의 무게를 받쳐주는 2층 기단으로 3층의 탑신을 세운 모습이나 원래는 5층 석탑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탑의 전체적인 모습이 간략화되고 약해진 형태를 보이고 있어 통일신라 후기인 9세기 이후의 작품으로 짐작하고 있다. 탑 옆에 당간지주 2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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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장산 대원사승탑전.

    옛날에 있었다고 전하는 철조여래좌상과 석등은 아는 사람도 없고 흔적도 없었다. 삼장사가 번창했을 때는 스님이 수백명이고 신도와 손님이 1000명이 넘었다고 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만 겨우 전해지고 있었다. 삼장면 방향에서 산청읍내로 가려면 밤머리재를 넘어야 한다. 밤머리재 부근 샘터에서 발원한 평촌천이 대원사계곡에서 흘러내린 덕천강과 만나는 곳이 명상삼거리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계림정숲이 있다. 여름이면 아는 사람들이 피서를 하며 휴식을 하는 자연의 숲이다. 계림정이 있는 삼장면 홍계리에 있는데 산이 높고 물이 맑은 고장이라 자연환경이 좋다.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풍경에다 굴참나무 숲과 그늘이 좋고 물이 맑아 청정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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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장사지삼층석탑.

    덕천강송정숲·대포숲

    자연이 인간에게 공짜로 주는 것을 꼽아 보라고 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숲이 주는 고마움은 따지기 어렵다. 계림숲에서 시천면 방향으로 가다 삼장면 석남리 삼장초등학교 건너편에 송정숲이 있다. 대원사계곡에서 흘러내린 덕천강이 사람들에게 피서지 봉사를 하고 가는 곳이다. 모래땅인 송정숲은 배수가 잘되기 때문에 비가 오는 여름에도 캠핑장소로 좋다.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덕천강의 물길을 막아 놓은 보는 아이들 놀이에 딱 좋을 정도의 수심을 유지해 준다. 화장실이나 급수대도 갖춰져 있고 주변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는 것도 송정숲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지난여름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바람에 날리며 쌓여 있어 행정의 손길이 아쉽다. 겨울날 한가로운 숲을 거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송정숲에서 약 10리 거리에 한나절쯤 쉬어가기엔 부족함이 없는 대포숲도 있다. 내원사 계곡과 대원사 계곡의 물이 합류하는 인공섬 같은 분위기를 준다. 울창한 숲의 그늘이 있어 물놀이하거나 자리를 펴고 쉴 수도 있다. 마을 주민들이 관리를 하고 있어 주변이 매우 깨끗했다.

    심재근 (마산대 입학부처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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