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할아버지 왜 전화했어요?”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주기도문 잘도 외우는
우리 도련님은 아홉 살
부산 강서구 명지
남명초등학교 2학년 2반 6번
태권도며 리틀 야구며
또래 동무 와글와글
한반 짝지 영희도 생겼겠다
“나중에 전화해요. 뚝”
“할아버지 최고야”라던 때가
엊그젠데
지켜보던 마나님 왈
“짝사랑하지 말라케도
ㅉㅉㅉ 가련타 우리 영감”
☞ 이 시를 읽다 보면 사랑이 넘치는 시인할아버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시인할아버지에게는 쳐다만 보고 있어도 마냥 행복한데 주기도문까지 잘 외우는 손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돌아와 태권도 도장에도 가야 하는 꽉 짜인 일정표로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기만 한 손자입니다. 그래도 시인할아버지는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숙제가 많은가?’ 내내 걱정을 하다가 전화를 합니다.
하지만 대뜸 ‘할아버지 왜?’라며 나중에 전화하자고까지 합니다. 평소에도 ‘할아버지 최고’라며 곧잘 감동을 안겨주곤 하던 손자가 말입니다. 시인할아버지가 싫어진 것은 분명 아니지만, 짝지 영희에게 더 관심이 가고 야구단에서의 활동이 더 재미있는 까닭입니다. 그래도 시인할아버지는 가슴이 내려앉을 정도로 마냥 섭섭하기만 합니다. 이제 12월도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그대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로 먼저 소식을 전하기를 바랍니다. 정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