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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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청년] 라온문화예술교육원 오유진 대표

“책 만들면서 수강생도 저도 공부하죠”
‘나만의 책 만들기’로 가치 나눔
교육 프로그램 사업체계화 계획

  • 기사입력 : 2016-12-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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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먹어도, 못 자도 괴롭지 않은 일이어야 창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년 내내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나만의 책만들기’ 수업을 혼자서 기획하고, 수업을 하고 회계처리까지 진행했다. 4살짜리 아들 엄마이기도 한 라온문화예술교육원 오유진(34) 대표 이야기다.

    남부럽지 않은 헌신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고3때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던 기억은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을 부추겼다. 국립대 미대를 졸업한 후 학원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운영과 교습 노하우를 배운 뒤 26살에 미술교습소를 차렸다. 그러니 이번 창업은 두 번째인 셈이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낯선 미술교습법을 도입해 학원을 운영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남편은 대기업 사원이기도 해서 큰 모자람 없는 부부였지만 외국에서 살면서 경험과 가치를 넓히고 싶단 생각에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임신중이었고 언어가 현저히 부족했음에도 밤을 새워가며 수업을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현지 아트스쿨 강사로 일하고, 미술교육 코스를 가장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의지, 진정성을 가진 교육과 소통, 가치를 찾아내고 고민한 시간들이 오롯이 그의 자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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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카페에서 라온문화예술교육원 오유진 대표가 자신이 진행한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만든 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2년 후 귀국한 뒤 학원재개업도 생각했지만 그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책을 떠올렸다.

    “책만들기는 연령 제한도 거의 없고 담아낼 수 있는 내용이 무궁무진하면서도 평생 남길 수 있으니 적합하다 생각했어요.”

    2014년 사업자 등록을 냈지만 2015년 아이디어 생성을 거듭하다 올해 1인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하면서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숱한 고민 끝에 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진 덕분인지 첫 기획인데도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다양한 수업 커리큘럼을 마음껏 진행해볼 수 있었다. 청소년, 다문화아동, 어르신,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보는 것이 수업의 큰틀이다.

    한글을 뒤늦게 배워 써보는 어르신들의 자서전, 모국어를 잊어가는 다문화 엄마가 딸에게 쓰는 편지책, 딸을 위한 동화책 등이 탄생했다. 책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저자의 삶, 편지가 담긴 동영상도 볼 수 있도록 했다.

    “할머님들 수업은 제가 배운 날들이에요. 태풍을 뚫고 오시고, 소풍갈 땐 ‘립스틱 좀 가져오너라’ 하시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평생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던 분들이 당신이 주인공이 된 책을 남기며 좋은 추억을 드린 것 같아 보람돼죠. 이 수업 전날 매번 밤을 새 워가며 했던 고민들도 제 경험치로 쌓였고요. 안 자고도 너무 재밌었어요.”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그는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좋아하는 걸 하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에서 좋은 아이템은 기본이에요. 결과가 잘 될지 말지 고민하기보단 이루려는 과정 어떤 대상에 무엇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는 게 중요하죠. 돈까지 벌기 위해선 예상의 몇 배는 일해야 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러니 안먹고, 못자도 괜찮은 걸로 창업해야 견딜 거예요.”

    내년에는 교육원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하고, 사업적 체계를 잡는 것이 목표. 장기적으로는 좋은 영향력을 꾸준히 전하는 삶을 지향한다고 했다.

    “제 일과 삶, 제 생각과 기업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아직 지향하는 가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나중엔 뚜렷해져서 좋은 영향력을 나눌 수 있을 테니까요”
     
    글·사진 =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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