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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담] (38·끝) 황덕식 작곡가와 가곡 섬진강

흐르는 물길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추억들

  • 기사입력 : 2016-12-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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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굽이굽이 휘어진 섬진강이 그리워 길을 나섰습니다. 어머니의 품같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물은 언제나 우리에게 따뜻한 정(情)을 나누어 주지요.

    섬진강의 곱디고운 모래와 아름드리 소나무, 뚝방길은 어릴 적 추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유순한 듯 도도한 섬진강, 산과 산이 첩첩하고 물과 물이 하나 되는 섬진강, 강가에 서면 소리 없이 유유자적하며 흐르다 물굽이를 만들며 그 위용을 뽐내기도 합니다. 야트막한 산과 들, 마을마을을 휘몰아 흐르며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섬진강은 돌고 돌아 남해 바다까지 이릅니다.

    뚝방길을 따라 섬진강변을 걸으며 선율에 따라 흥얼거려 봅니다. 섬진강의 아름다움은 한 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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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덕식 작곡가가 섬진강을 바라보며 추억에 젖어 있다.


    - 섬진강 -(김경선 詩/황덕식 曲)



    섬진강 맑은 물결은 바라만 보아도

    심산의 푸른 내음이 강물 위에 흐르네

    이산 저산 곱게 물든 산등성을 넘나들며

    아… 그곳에 가면 세월의 흔적을 보네

    아름다운 추억들은 노을빛에 물들어가네



    섬진강 흐르는 물은 산굽이 돌아와

    강변의 풀꽃에 취해 소리 없이 흘러가네

    저녁노을 강물 위에 산 그림자 내려오면

    강 언덕 솔밭길은 그리움에 서렸는가

    아… 그곳에 가면 세월의 흔적을 보네

    아름다운 추억들은 노을빛에 물들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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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덕식 작곡가의 가곡집.


    이렇듯 가곡 ‘섬진강’은 작곡가 황덕식의 아련한 추억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4대강 중의 하나인 ‘섬진강’은 노령산맥의 동쪽 경사면과 소백산맥의 서쪽 경사면인 전북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의 옥녀봉 아래 ‘데미샘’에서 발원합니다. 남해의 광양만에 도달하기까지 220여㎞를 흘러오면서 전남 순창군 적성면의 오수천과 만나고 남원시의 요천, 보성강과 물길을 섞어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서부터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섬진강 모래는 본디 모래가람, 다사강, 사천, 기문화, 두치강으로 불릴 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했지요. 만지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가 은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옛 문헌에 보면 1385년 고려 우왕 11년,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이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자를 붙여 섬진강이라고 불렸다고 전합니다.

    작곡가 황덕식 선생은 어릴 적 하동군 하동읍 인근 강변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하동읍을 껴안고 있는 뒷동산(갈마산)은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맞은편 섬진강은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함께 뛰놀던 ‘오아시스’ 같은 곳이지요.

    섬진강변 작은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풍금소리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며 아이들은 희망을 키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작곡가 황덕식의 음악적 소양은 이곳에서부터 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황 선생은 ‘선생님’이 되기를 원하셨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순천사범학교로 진학했고, 이후 교원자격 시험을 거쳐 1967년 하동 악양중학교 음악교사로 첫 발령을 받아 교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마산상고(현 마산 용마고) 재직 시절에는 브라스밴드(Brass Band)를, 1980년대 마산여고 재직 시에는 합창단 지도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경남 여교사합창단과 창원교사합창단을 창단해 2004년 8월 관리직(교장)으로 퇴임 시까지 그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가곡 ‘섬진강’을 비롯해 ‘내 고향(조삼자 詩/황덕식 曲)’ 등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곡 외에도 황 선생은 4편의 가곡 음반과 9권의 가곡집을 만들어 냈지요. 1집은 오케스트라 반주의 ‘아름다운 동행(2007년)’을, 2집은 ‘합창과 독창(2010년)’, 3집은 피아노 반주로 된 ‘귀천(2013년)’, 4편은 지난 6월 발매한 ‘그리움’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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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덕식 작곡가의 가곡음반.

    작곡가 황덕식 선생 곡의 가장 큰 특징은 ‘막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곡을 따라 부를 수 있고 즐길 수 있도록 곡을 쓴다는 것입니다. 가곡 ‘섬진강’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멜로디가 강물 흐르듯 막힘 없이 흘러갑니다. 또한 급진적인 도약 없이 항상 순차적으로 흘러가면서 기·승·전·결이 전개되지요.

    가곡 ‘섬진강’은 3부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작곡 당시 작시자 김경선씨와 함께 아름다운 섬진강을 표현하기 위해 부분 부분 시어들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골격을 유지했습니다.

    가곡 1절의 12마디까지는 섬진강의 맑은 물을, 13마디부터 20마디까지는 강변의 작은 산등성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1마디부터 28마디까지는 세월의 흔적과 추억을 노래하고 있지요.

    곡의 전주 부분은 섬진강의 유유함을 담백하게 표현했고, 첫 소절부터 12마디까지는 섬진강 물살이 잔잔한 것 같으나 속은 용솟음치듯 움틀거림을 느끼게 하면서 잠깐 쉼표도 주어 선율의 유유함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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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13번째 마디의 ‘이산 저산 곱게 물든 산등성을 넘나들며/ 소치던 언덕길은 그리움이 되었는가’에서는 옛 그리움이 가슴으로부터 솟아나는 열정의 마음을, 반주 부분은 듬직듬직하게 뛰어다니는 소들 모습을 집단화성의 엇박자 리듬으로 나타내었습니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추억과 현실이 교차되는 느낌과 세월의 흐름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곡 2절의 첫 부분 ‘섬진강 흐르는 물은 산굽이 돌아와~’에서는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물의 소리를 왼손 반주 부분에서 음률로 묘사했습니다. 또한 곡 중간중간 애틋한 마음이 선율에 묻어나도록 애절함을 담았지요.

    가곡 섬진강은 이렇듯 아름다운 섬진강과 어린 추억들이 하나된 황 선생의 속살 같은 곡입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어릴 적 뛰놀던 아이들은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우리를 기억하는 섬진강은 여전히 우리를 기억하며 반기는 듯합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작곡가 황덕식 선생의 곡은 You Tube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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