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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1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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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진주 문산성당서 ‘연말 추억’ 만들기

첨탑에 걸어둘게 겨울 추억 하나

  • 기사입력 : 2016-1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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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고린도후서 4장 16~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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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딕양식의 진주 문산성당 본당.

    연말이 다가오면 괜스레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 속에 새겨진 연말의 풍경은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성당 첨탑(尖塔) 꼭대기에 세워진 붉은 네온사인의 십자가,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로 가득 차 있다.

    초등학교 동급생 중에 성당에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12월의 어느 날, 그 친구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다.

    친구는 성당에서 누나 형들과 함께 보낼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평소 어리숙했던 그 친구가 그렇게 진지하게 말했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친구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함께 밤새도록 눈사람을 만들며 놀자고 졸랐지만,

    친구는 한사코 거절했다.

    친구와 놀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적잖이 실망했다.

    친구가 다닌 성당은 비탈길 언저리에 자리 잡은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았지만, 붉은 벽돌로 쌓아올려 중후함이 엿보였다.

    높이 솟아오른 하얀 첨탑이 인상적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친구가 다니는 성당 주변을 배회했다.

    그날 성당 안마당에는 몇 그루 안 되는 나무에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전구가 걸려 있었다.

    첨탑 위로 솟아오른 십자가를 중심으로

    전구 수십 개가 달린 줄들이 삼각뿔 모양으로 내려와 있었다.

    친구의 말대로 마당에는 누나 형들로 보이는 이들이 가득 있었다.

    그 가운데 친구의 모습도 보였다.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관두었다.

    그 당시 성당은 나에게 너무나 멀게 느껴진 존재였다.

    글=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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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산성당 전경. 지금은 대강당으로 쓰고 있는 옛 한옥 성당(왼쪽부터)과 흰색 서양식 본당, 100년은 됨직한 느티나무가 조화롭다.

    ◆약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진주 문산성당

    진주 최초 성당 ‘서부경남 신앙의 요람’… 국가지정 문화재 등록된 ‘보물’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문산성당은 마산 완월성당에 이어 마산 교구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가 있다. 약 110년의 역사를 가졌기도 하거니와 진주 최초의 성당이었기에 서부 경남지역 신앙의 요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이곳은 지난 1923년에 지어진 한옥 성당이 현재도 본연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14년 뒤에 고딕양식의 본당이 지어지면서 동양과 서양식 건축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두 건물은 그 역사적 가치가 귀중해 지난 2002년 5월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제35호로 등록됐다. 이 때문인지 성지 순례객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1866년 병인박해 전부터 이곳 문산성당 터에는 교우촌이 형성돼 있었다. 1905년 진주지역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았던 이곳 소촌(문산의 이전 이름)공소가 소촌 본당으로 승격되고, 1913년에야 지명에 의해 문산 본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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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년에 지어진 한옥 성당.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

    고성 사찰 헐어 기왓장·대들보 등 가져와 건축… 지금은 대강당으로 쓰여

    지난 8일 찾은 문산성당은 소문리 마을 한가운데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이 제법 좁았는데,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좁은 길을 지나자 넓은 공터가 보였다. 집들이 빽빽이 들어선 마을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한옥이었다. 수평으로 쭉 뻗은 용마루와 수직으로 내려오는 기와의 모습이 위풍당당했다. 합각(合閣)에 새겨진 십자가의 모습에서 이곳이 성당이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었다.

    한옥 성당은 본당의 기능을 상실하고 현재 대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한옥 성당은 세워질 당시로부터 300여년이나 더 거슬러 지어진 고성의 한 사찰을 헐어 건축 재료를 가져왔다. 본당 회장인 정성길(56)씨는 “당시만 해도 집을 짓는 재료가 귀했는데 한옥 성당을 짓기 위해 고성의 한 사찰을 헐어내 기왓장과 나무 대들보 등을 가져와서 이전하다시피 지었다고 전해진다”며 “성당인데 사찰의 재료가 쓰였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옥 성당 안 벽에는 과거 이곳에서 생활한 신부와 수사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한옥 성당 오른쪽에는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한옥 성당과 느티나무 사이에는 서양식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성당 관계자들은 이곳을 ‘본당 주보 예수 성심상’이라고 알려줬다. 즉, 이곳이 문산성당의 본당(本堂)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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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문산성당 본당 내부 모습.

    ◆고딕 양식의 서양식 본당

    성스러운 고딕양식 6·25때 수난 겪기도… ‘無담벼락’ 마을과 경계 허물어

    문산성당 터 중앙에 자리 잡은 고딕 양식의 본당은 1937년 건축 당시 드물게도 철근 콘크리트로 시공한 건물이다. 본당 정면에는 예수성심상이 자리를 잡고 있고, 오른쪽에는 성모 동굴(사진)과 신부가 지내는 사제관이, 왼쪽에는 수녀원이 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의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운데 예수상과 제단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이사이 공간에는 14처 그림이 걸려 있었다. 14처는 십자가의 길이라도 하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사형선고를 받고 무덤에 묻히기까지의 과정을 14개의 그림으로 설명한 것이다.

    성당 관계자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이곳 본당은 인민군의 근거지로 사용되면서 14처 그림이 총탄에 파괴되는 수난을 겪었다. 본당은 한옥 성당과 비교하면 크기도 크거니와 더욱 성스러운 분위기도 자아내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본당 위로는 종탑이 있었는데 프랑스제 종 두 개가 설치돼 있었다. 그 재질이 동(銅)이다 보니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때 탐내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당시 신부는 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성당 뒤 언덕에 묻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본당을 나서자 문산성당의 전경과 성당 밖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성당과는 다르게 담벼락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마을과 성당이 구분되지 않아 보였다. 정성길씨는 말했다. “누구라도 부담없이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담벼락을 만들지 않은 것 같다”며 “그 뜻이 예수의 마음이 아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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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문산성당 성모 동굴.


    ◆주변 성당을 찾아보자

    마산·창원·진주 등 4개 지구 73곳… 밀양 명례성지·마산 양덕성당 유명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성당이 여러 곳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에 따르면 도내에는 현재 마산·창원·진주·거제지구 등 4개 지구에 73곳의 성당이 있다. 이 성당 중 산청 성심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종교적인 방문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들를 수 있게 개방해 놓았다.

    대표적인 곳이 명례 성지다.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에 위치한 명례 성지는 경남지역에서 가장 일찍 설립된 천주교회 본당이다. 이곳 역시 그 역사적 의미가 커 지난 2011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526호로 지정됐다. 이곳 역시 문산성당과 마찬가지로 성당의 전통적인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한옥식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성지 건너편에는 낙동강도 흐르고 있어 일출이나 일몰과 함께 본다면 보기 좋은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마산 양덕성당의 경우 한국 건축의 거장인 김수근씨가 지었다. 이곳 역시 전통적인 서양 성당의 모방이 아니라 한국의 정서에 맞는 성당을 지어 그 건축학적 가치가 높다. 이 때문에 건물을 보는 재미와 함께 연말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다. 2016년, 복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한 해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면, 인근 성당을 찾아 성탄 분위기를 만끽하며 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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