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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탐방] 2. 고물창고

(2) 두 번째 다방, 고물창고

  • 기사입력 : 2016-12-19 14: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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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방탐방, 두 번째 다방을 찾아가는 길이다. 고물을 모아 카페를 차렸다기에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 사장님과 구수한 칡차를 떠올린 건 일종의 편견이라 치부하자. 카페 '고물창고'. 별다른 간판은 없다. 마산 중성동, 복잡한 구도심 한가운데 이 기묘한 카페가 숨어있다. 좁은 계단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기자의 눈을 끌었던 건 계단참에 진열돼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들이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1980년대 중반 출생인 기자의 학창시절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소니 사(社)의 워크맨이 전성기 모습 그대로 고이 영면해 계셨다. 또래라면 다들 알 것이다. 소니 워크맨, 삼성 마이마이, 엘지 아하. 이들 트로이카 중 하나 이상을 소유했다는 것은, 세련되고 쿨한 하이틴임을 공인받는 하나의 징표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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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이 카페에는 이러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40평 남짓한 공간에는 무려 2만 개의 비디오테이프와 2만 장에 달하는 카세트테이프, 200장에 달하는 LP판, 50개가 넘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진열돼 있다. 이선희, 심신, 김민종, 케니 지, 창작동요제, 보이즈투맨, HOT 등 장르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이외에도 다이얼 전화기, 재봉틀, 교과서, 자판기, 폴더 폰, 브라운관 TV 등등…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우리와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다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물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많은 물건들을 수집한 사람은 강왕국(28) 대표. 의령 출신인 강 대표가 이 공간을 임대한 건 지난 2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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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에 창고를 두고 물건을 조금씩 수집하다가, 때가 되었다 싶었어요. 역사가 살아 숨쉬는 창동이라는 지역도 매력적이었고요.?궁극적으로 제가 구상하고 있는 공간은 일종의 박물관이에요. 추억을 담은 물건들을 전시해 볼거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매개로 커피를 선택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추억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꿈꿔왔거든요." 그는 군대를 전역한 이후인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물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비롯해 전국의 고물상과 골동품 가게,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모았다.

    길을 가다가 우연하게 주운 물건, 폐업하는 가게에 찾아가 건진 물건도 많다. 가장 애지중지 하는 물건을 하나만 꼽으라고 했더니 금성 다이얼 전화기를 보여준다. "의령 시골 할머니 댁에 처음으로 설치됐던 전화기예요. 큰아버지가 첫 월급을 타서 사왔던 전화기였죠. 제가 따로 간직해두지 않았다면 이 전화기도 버려졌겠죠.?이렇게 물건 하나하나에는 각각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소용이 다하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갖다버리죠. 저는 그걸 주워다가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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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명처럼 '창고'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카페를 만드는 작업도 강 대표 혼자서 했다. 5개월가량이 걸렸다. 천장을 뜯어내 마감을 하지 않는 거친 느낌을 살리고 폐업한 신발가게에 찾아가 진열대를 얻어왔다. 차를 마시는 테이블은 모두 자개 무늬를 넣어 옻칠을 한 반상이거나 함이다.

    의자도 비로드 천이 씌워진 옛날식 소파나 학교 걸상. 기름 냄새가 폴폴나는 난로가 카페 가운데 피워져 있다. 추억의 음료 '맥콜'과 '암바사'가 보이고, 한쪽에서는 '슈퍼마리오'와 '스트리트 파이터Ⅱ' 같은 게임팩이 진열돼 있다. 저녁에는 손님이 원하는 비디오를 골라오면 브라운관에 틀어준다. 순식간에 카페는 영화 감상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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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고물창고' 강왕국 대표.

    강 대표는 '고물창고'를 통해 이루고픈 꿈이 있다고 했다. "마산 창원 진해 일대에는 역사가 깊고 추억이 될 만한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잖아요. 이 장소들을 하나로 연결지어 관광 로드맵을 만들고 싶어 조금씩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돝섬에 옛 물건들을 전시하는 공간을 조성해서 해양문화와 접목시킨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로드맵의 출발은 카페 '고물창고'가 되고 말이죠."

    이외에도 그는 옛 삼성전자와 금성전자가 만든 가전제품을 중점적으로 수집하고 있는데, 이 물건들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도 구상 중이다. "카페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개업을 한 게 아니라 개업이 되어버린 거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이고 싶어요. 꼭 차를 마시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누구든지 가볍게 와서 구경하고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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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포인트
     
    '고물창고'에서는 고물을 매입한다. 물건을 하나 가져오면 커피 한 잔과 맞바꿀 수 있다. "매입하고 싶을?만큼 교환가치가 있거나 매력적인 물건이어야 하나?"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 손때 묻은 물건에는 각자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걸작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고물창고'에 갔다면 무조건 화장실은 다녀와야 한다. 볼 일이 보고 싶지 않더라도. 거기가 대체 화장실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기자는 볼 일을 보러 들어갔다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가 정말 화장실이란 말인가. 화장실마저도 재미난 물건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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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메뉴
     
    까페라떼.(3,000원). 시골 읍내 다방에서 쓰였을 법한 화려한 잔에 담겨 나온다. 사실 커피도 커피지만 함께 나오는 주전부리가 재밌다. 양철 접시에 소라과자 같은 옛날과자가 나왔는데, 이 메뉴는 매일매일 곶감이나 뻥튀기 등 다양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위치 및 영업시간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20-17 2층
    평일 오후 5시~자정, 토·일요일 오후12시~자정, 연중무휴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성승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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