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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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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기자의 영화읽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윤지영)

과거의 나, 미래의 나 만난다면?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 동명소설 영화화
시간여행 개연성 부족하지만 배우들 연기 감동

  • 기사입력 : 2016-12-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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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을 사는 동안 가장 빨리 해도 가장 늦은 것이 바로 ‘후회’다. 후회 없는 삶을 산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전제로 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멜로물이다.

    주인공인 현재의 수현(김윤석)은 의료봉사 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신비로운 10개의 알약을 답례로 받는다. 호기심에 알약을 삼킨 수현은 순간 잠에 빠져들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엔 30년 전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 수현(변요한)과 함께 사랑하는 여인 ‘연아’(채서진)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내용을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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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동명소설을 각색해 태생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홍지영 감독은 이달 초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영화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를 기욤 뮈소의 작품에서 도움받았다. 기욤 뮈소 역시 한국의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어쩌면 우리의 외로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대해 판타지를 보여준 것 같다. 누구나 품고 있는 후회를 담고 싶었다. 한국영화에서 과거와 현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도시가 부산과 거제였다. 원작화하면서 바뀐 설정이 두 가지다. 아버지와 수현의 관계이고 현재에서는 딸과의 응축된 관계를 조금 더 내밀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또 여주인공 연아의 직업을 돌고래 조련사로 설정해 수현과 연아가 동물원에서 추억을 쌓는 장면을 담아 싱그럽고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아련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하고, 영상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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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의 판타지 요소를 지닌 작품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쏟아지고 있다. 최근 tvN에서는 무려 900살 차이가 나는 도깨비 커플이 맹활약 중이며, SBS에서는 인어공주로 변신한 전지현의 연기가 대중의 시선를 끌고 있다.

    이렇듯 최근 멜로장르의 단골소재가 된 타임슬립이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어야 인기몰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과거로 가는 과정은 특수효과 없이 평범한 데다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에서 곤란함을 겪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주인공이 현재의 주인공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도 참신하지 않다. 그래서 개연성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가 물 흐르듯 순탄하고 자연스러운 이유는 ‘발연기’ 논란 없는 캐스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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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나오는 주연, 조연 모두 극에 거슬리지 않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배우의 진실성 있는 연기가 가장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의 수현은 사랑했던 연아를 다시 보고 싶어 하고, 과거의 수현은 연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혼란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윤석을 연기한 김윤석은 뭉툭하지만 절제된 감정연기를 보여주고, 연극, 영화, 뮤지컬, 드라마 가리지 않고 차곡차곡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변요한의 애절함은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여기에 두 배우는 닮음까지 연기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데, 헤어스타일, 수염 방향, 걸음걸이, 체형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연기하는 내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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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극적이지 않고 매끄러움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눈길을 잡아끄는 대사나 장면이 없다는 점이 결국 제 발목을 잡았다. ‘연기 구멍’도 없고 ‘무리한 설정’도 없지만 타임슬립의 장치를 십분 활용하지 않았고 충격적인 반전결말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잔잔하지만 크게 감동이나 감흥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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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관객에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간의 개념과 인생의 선택에 대한 성찰의 기회 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빠른 전개와 생생한 화면 구성으로 결합하며 스크린을 채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현재 내 위치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최선을 다하면 ‘후회’를 가장 최소화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객석에 던지는 영화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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