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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노하면 배를 뒤집는다 - 박승규 (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 기사입력 : 2016-1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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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해가 될 거라 여긴다. 거대 촛불 민심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이끌어 냈고, 그 촛불이 예수 탄생을 하루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꺼질 줄 모르고 거침없이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오자 국민들은 평소 잘 듣도 보도 못하던 헌법 조문들을 줄줄이 들을 수 있었고 국민들의 주권의식은 물론 정치에 대한 관심도도 매우 높아졌으며 특히 탄핵청구 이후 평소 잘 찾지 않던 헌법 관련 책들이 불티나게 나가고 있다 한다. 헌법재판소의 법률적 심판과 특검 등 탄핵사태에 대해 관심이 크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리라.

    지난 24일 교수신문에 의하면 전국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고 한다. 원문의 뜻을 요약하면 “임금은 배, 백성은 물. 강물의 힘으로 배가 뜨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 교수는 “역사를 변화시키고 전진시키는 첫발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촛불을 나눠 밝히려는 권리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며 “민주공화국의 세상에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도 슬픈 백성도 없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교수신문은 또 군주민수 다음으로 많이 추천된 것이 역천자망(逆天者亡/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망함)이라 했으며, ‘노적성해’(露積成海/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룸)를 비롯한 그 밖의 추천된 성어 대부분이 이번 헌정파괴,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민심이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한 것과 관계된 것이었다.


    지금도 국회청문회에서, 특검에서, 헌재 탄핵심판에서 온통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에 대한 조사가 한창이다. 국민들의 눈과 귀는 언론과 방송을 향해 있고 촛불은 꺼질 줄 모르는데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은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주요 증인들은 아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신이 만들어 준 에덴 동산에서 잘 살던 아담과 이브는 신이 건드리지 말라는 금단의 열매를 뱀의 유혹에 빠져 따먹고 만다. 이는 도둑질이며, 또한 공범이다. 숨어 있던 두 사람은 신 앞에 불려 나와 왜 먹었냐고 질문을 받는다. 아담은 이브가 줘서 먹었다고 하고, 이브는 뱀이 시켜서 먹었다고 하며 남 탓하고 거짓말하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고 만다. 이들은 왜 쫓겨나게 된 걸까?

    그들의 대표적인 죄는 탐욕으로 말미암아 유혹에 빠져 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도둑질한 죄, 그리고 남 탓하고 거짓말한 죄 등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그들이 에덴에서 쫓겨나야 했던 가장 큰 죄는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은 것에 있다고 한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진 탄핵 사태의 중심에 선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국정농단에 관여한 자들의 작태는 어쩌면 그리도 저 창세기의 의미와 쏙 빼닮았을까.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탐욕에 빠져 헌정 유린에 국정농단을 공모하고도 거짓과 남 탓으로 돌리며 위기를 모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뻔뻔한 모양새 말이다.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민심은 촛불을 꺼지 못하고 아직도 떠 있는 배를 향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다’라는 뜻으로 오늘에 대한 경고와 예언과도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의 ‘혼용무도’를 바로잡고 맺지 못하였으니, 작금 ‘군주민수’하면 차후 ‘역천자망’에 이르는 것이 순리이지 않을까?

    박승규 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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