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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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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딥 러닝(deep learning)

두뇌 모방한 기계 인간 뛰어넘을까

  • 기사입력 : 2016-12-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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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한낱 기계에 불과하다 믿은 알파고가 인간 이세돌을 확실히 이겨버린 탓이 클 겁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니 딥 러닝(deep learning)이니 하는 생소한 개념도 심심찮게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분위기입니다. 간단히 말해 인공지능의 한 종류가 머신러닝이고, 머신러닝의 한 종류가 딥 러닝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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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 ‘그녀’./네이버/

    ▲사만다,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고

    2014년 봄에 개봉했던 영화 ‘그녀(Her)’의 배경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입니다. 고독한 삶을 이어가던 남자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구입해 컴퓨터에 설치합니다. 그리고 곧 이 인공지능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은 놀라운 학습능력을 보이며 스스로 ‘사만다’라는 이름을 짓습니다. 두 주인공은 심도 있는 대화와 따뜻한 정서를 나누며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어느 날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에게만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사만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AI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거죠. 그러니까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알아갈 때, 사만다 또한 테오도르를 학습하며 성장한 겁니다. 바로 사만다와 같은 존재가 머신러닝, 딥 러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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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열린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 이후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머신러닝 그리고 딥 러닝

    처음 들어본 사람에겐 헬스클럽의 러닝머신으로 읽히기 쉬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한 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기계학습을 말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들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일컫습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포털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머신러닝의 한 종류라고 하는군요. 이 머신러닝도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뉘고, 딥 러닝은 이 머신러닝 중 한 종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딥 러닝은 머신러닝이라는 단어를 대표할 듯한 기세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딥 러닝은 구분선 만들기

    앞서 밝히자면 구글 알파고도 딥 러닝 기술에 기반한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딥 러닝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뒤 사물을 구분하는 인간 두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사물을 분별하도록 기계를 학습시키는 기능입니다.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기술이죠. 거기에는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 기반이 됩니다.

    인공신경망은 선형 맞춤(linear fitting)과 비선형 변환(nonlinear transformation or activation)을 반복해 쌓아올린 구조입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잘 구분할 수 있는 가상의 선을 긋고 이 공간들을 왜곡하고 합치는 것을 반복하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반복하면서 컴퓨터가 여러 이미지 속에서 ‘고양이’라는 존재에 가장 적합한 구분선을 찾는 겁니다. 이를테면 ‘고양이’라는 이미지는 선, 면, 색깔 등이 조합된 형상을 가지겠죠. 하지만 ‘폭 30㎝, 길이 20㎝ 이상은 고양이’, ‘다리가 4개면 고양이’ 같은 구분으로는 ‘고양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추출하기는 어렵습니다. 딥 러닝은 바로 이 신경망 구축을 스스로 반복하며 복잡한 공간 속에서 최적의 구분선을 만들어 냅니다.

    알파고에 쓰인 딥 Q-러닝 또한 바둑이나 체스 같은 게임에 걸맞은 강화학습을 통해 효용함수를 학습하고 그것을 이용해 결과 효용의 기대값을 최대화하는 동작을 해나갑니다.

    ▲딥 러닝은 최신기술이 아니다

    딥 러닝은 마치 최신기술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1960년대부터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고심해 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땐 말 그대로 ‘시기상조’였죠. 신경망 훈련에 지나치게 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용화는 요원했습니다. 또 입력된 데이터에 편중되어 결과가 일반성을 잃는 과적합(overfitting)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실컷 데이터를 입력시켜 학습시켜 놨더니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겁니다. 여기엔 당시 수집 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제한적이었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딥 러닝은 토론토 대학교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에 의해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던 딥 러닝 기법을 묵묵하고 꾸준하게 연구해 오고 있었죠. 제프리 힌튼 교수는 개선된 기법으로 오류율을 기존 방식 대비 10%가량 떨어뜨렸습니다. 그해 스탠포드대학교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와 제프 딘(Jeff Dean)이 이끄는 구글 브레인 팀도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유튜브 비디오를 자동으로 분석해 고양이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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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딥 러닝을 이용해 개발한 인공지능 화가 ‘딥 드림’이 그린 그림./https://deepdreamgenerator.com/


    ▲딥 러닝은 어디까지 왔나

    딥 러닝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곳은 단연 IT기업들입니다. 페이스북은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한 ‘딥 페이스’라는 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이 서비스는 ‘토치’라는 이름으로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얼굴을 분류하고 파악하는데, 정확도는 사람의 눈과 거의 비슷한 97.25%나 됩니다.

    구글은 사진·동영상을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구글 포토’를 출시했는데요. 업데이트된 사진 속의 사람, 장소, 사물 등을 정교하게 정리하고 검색하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딥 드림’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서도 네이버가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해 기사를 요약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개발만이 답인가

    이러한 상승기류에 힘입어 지난 10월에는 국내 7개 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성남에 개원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산업에 직접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예정입니다. 암흑기를 거쳐야 했던 인공지능 분야가 새롭게 빛을 보고 있는 거죠. 하지만 명확한 가치 판단과 목표 설정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채팅봇 테이는 욕설과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 서비스가 중단됐고 자율주행 자동차는 위기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인명피해를 냈죠.

    강대기 동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부교수는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한 일부 기업과 학자들에 대한 비관적 견해도 상당하다”며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과 믿음, 옥석을 가리는 비전 있는 의사결정권자들이 존재해 왔고, 이들의 장기적인 혁신이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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