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얼른 가라 병신년아… -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6-12-28 07:00:00
  •   
  • 메인이미지


    “2016년아. 난 네가 너무 싫다. 길지도 않은 인생 잠시도 허투루 쓰기 싫은 시간들. 너무도 아까운 내 생의 소중한 시간들이지만, 2016년아 난 널 내 생에서 지웠으면 한다. 50여년 아깝지 않은 날이 없지만 난 참 니가 싫다. 2016년아. 아마 너도 네가 부끄러울 것이다.”

    사람의 예감이란 무서울 때가 있다. 올해 시작 때 병신년(丙申年)이란 발음부터가 싫어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나 딱 병신년이다.

    나뿐이었을까. 대한민국 보통의 사람으로서 2016년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세월이 간다고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생채기는 아물 것이다. 아니 지나가는 세월에 내 아픔을 가져달라고 사정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대개 연말이면 나오는 10대 뉴스들. 올해는 10대 뉴스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개성공단 전면폐쇄에 가습기살균제 문제, 묻지마 살인에 사드, 김영란법과 지진에 태풍 등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병신년 10대 뉴스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로 이어지는 어이없는 일 딱 하나만으로 모두 묻혀버렸다. 탄핵이 옳으니 그르니, 탄핵의 속내에 정치권의 셈이 있니 없니, 대통령 덕을 본 정치인들이 비겁하게 돌아섰네 아니네, 성형을 했네 안 했네의 문제의 답은 차치하자. 시시비비를 떠나 50% 넘는 국민의 선택으로 뽑힌 대통령이 공을 버리고 사로 나라를 다스린 멸공봉사(滅公奉私)는 실망을 넘어 당연한 분노로 올 수밖에 없다. 선택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궤변으로 덮어질 일도 아니다.

    불쾌하고 화나지만 이제 법에 맡겨두자. 나 역시 국민의 힘으로, 촛불의 힘으로 이 문제를 끝내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主權)이 국민에 있는 국가이며 법의 지배를 받는 사회적 법치국가의 원칙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담함 속에서 시작하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다. 행운을 부르는 세상의 시작과 탄생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세월의 수상함을 담아 2017년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백성은 물, 임금은 배)니 역천자망(逆天者亡-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이니 하지만 분노의 표출보다는 붉은 닭처럼 그냥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야구선수 이대호. 일본에서 돈 많이 받고 야구 편하게 할 수 있는데 그는 힘든 메이저리그로 갔다. 왜일까. 그의 인터뷰다. “메이저리거가 꿈이기도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이대호가 홈런 쳤다면 국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만족한다. 내가 국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우리 정치인들이, 자치단체장들이, 아니 시군구의원들이 제발 이대호 같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만일 “저는 그런 마음이 있는데요”라고 한다면 좀 더 표 나게, 국민이 도민이 시민이 군민이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나오고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행동했으면 한다.

    어느 귀촌한 퇴직교사가 ‘택배 기사님, 집배원님, 검침원님 더운데 수고가 많으세요. 냉장고에 물과 음료가 있으니 드시고, 물티슈도 가져다 사용하세요.-집주인’이라는 쪽지를 붙인 냉장고를 현관에 뒀다고 한다. 2016년이 저문다. 지우고 싶은 병신년의 끝자락을 보며 행동하는 지도자, 저렇듯 배려하는 국민이 많은 2017년을 꿈꾸어 본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