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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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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개헌, ‘지방분권형’이어야 한다-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6-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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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민심은 지난 24일 성탄전야에도 전국에서 70여만명이 참여해 국민의 뜻을 전하는 불을 밝혔다. 촛불은 격동과 혼돈의 병신년을 마감하는 오는 31일에도 어김없이 타오를 예정이다. 촛불로 대변되는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가 일차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시는 이런 사태가 없도록 국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이 할 일은 이같은 민심을 담아낸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개혁을 통해 국가의 시스템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도 결국은 현행 헌법에 기초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대체로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공감하는 분위기이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인다. 대선이 예상보다 빨리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득실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개헌 시기는 앞으로 국회개헌특위를 본격 운영해 논의하겠지만 현재 분위기는 ‘대선 전 개헌’이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이에 반해 일부 유력 대선 후보들은 대선 이후에 개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개헌’은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정권에서 이러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27일 개헌토론회에 참석해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개헌을 하지 않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헌은 대선 후보 자신이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추진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지난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이미 수명이 다했다. 30년 전의 헌법은 현재와는 분명 맞지 않으므로 개헌은 꼭 해야 한다. 개헌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 개헌은 한 번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에 개헌이 된다면 현재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방향이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독재 청산과 대의민주주의 부활의 역사적 계기를 마련한 공적은 인정된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는 지역할거주의에 기댄 여야 간 사생결단의 대결정치를 조장해 왔다. 대선에서 패한 야당은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사사건건 여당을 흠집내면서 대통령의 실정을 폭로하는 데 골몰한다. 이에 대해 여당은 반대와 비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야당과 극한 대립을 불사하면서 승자의 아집과 독선을 부리기 일쑤였다.

    현행 헌법은 무엇보다 지방분권을 촉진하기는커녕 중앙집권화를 방조 또는 조장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아직도 국가사무가 전체 사무의 상당 부분을 점유한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에 영향을 미치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도 여전히 8:2를 맴돌고 있다. 중앙집권적 헌법은 지방분권의 정체 또는 퇴행을 초래했다.

    개헌은 미래를 위한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중 하나가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중앙집권체제에 얽매인 국가경영시스템의 후진성을 벗어나지 않고는 선진국으로의 이행은 불가능하다. 중앙과 지방 사이의 과도한 권력 불균등과 경제 격차는 국가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방분권은 각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지역들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국가가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현행 헌법에는 지방자치와 관련, 2개 조항만 규정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 내용 또한 대부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곧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인사권을 매우 제약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인 이런 부분은 개헌을 통해 실질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이번 개헌 논의에서 지방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을 명시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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