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경
배한봉
올해 응모된 작품은 1000여 편이 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큰 기대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심사에 임했다. 이번 응모작들은 실험시 계열보다 대체로 서정적 경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서정적 상상력을 통해 팍팍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흐름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참신한 개성과 강렬한 상상력의 촉수를 내뻗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보여준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새로운 자기만의 세계 창조는 언어와 형식의 실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물에 대한 인식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를 자기만의 언어로 패기 있게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편두통’ 외, ‘꽃게’ 외, ‘쾌종시계’ 외, ‘네모난 집’ 외, ‘편강’ 외, ‘롤러코스트’ 외, ‘은행’ 외, ‘주방론’ 외, ‘음각의 시간’ 외, ‘장마’ 외, ‘자일리톨’ 외 등의 작품이었다. 이 가운데서 이수미의 ‘편두통’ 외 3편, 최병철의 ‘꽃게’ 외 2편이 마지막까지 심사위원의 손에 남았다.
이 가운데 당선작으로 결정된 최병철의 ‘꽃게’는 제목이 갖는 상징성과 장손의 삶을 바다와 연계한 구성력이 뛰어나며 뭍과 물의 관계를 쇠를 통해 형상화한 새로운 인식이 뛰어났다. 특히 자기 생각과 세계를 삶의 경험에 녹여내면서 끌고 나가는 힘은 시적 절실함에 충분히 값하고 있다. 다소 거친 표현도 있지만 상상력의 질감이 잘 살아 있고, 시에 나타나는 삶에 대한 진지성은 자기만의 세계를 꾸준히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여 신뢰감을 갖게 했다.
치열하게 마지막까지 논의됐던 이수미의 ‘편두통’은 이명(耳鳴)에 의한 편두통 증상을 객관적 상관물인 딱따구리를 통해 표현해냈다. 팍팍한 현실 앞에서 현대인들이 겪는 무력감이나 괴로움은 ‘편향(偏向)을 버리지 못한’ 화자의 통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섬세한 시선과 차분한 어조로 문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기량이 돋보였지만, 동시에 신인으로서의 강렬한 패기 구축이라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 드리고, 당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해 드린다.
(심사위원 성선경·배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