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상
김은정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그네 타는 여자’, ‘리얼리버’, ‘목소리’, ‘블랙 스팟’, ‘알바트로스의 시간’의 다섯 작품이었다.
다섯 작품 모두 치밀한 묘사와 내용을 엮어가는 과정이 돋보이는 수작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 ‘그네 타는 여자’와 ‘리얼리버’는 소재의 참신함이 돋보였으나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황함이 단점으로 지적되어 최종심에 오르지 못했고, 또한 ‘목소리’는 새로운 이야기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는 점은 참신했으나 소재 부분에서 청소년 소설의 느낌이 강해 최종심에서는 제외되었다.
최종심에 오른 두 작품은 ‘블랙 스팟’과 ‘알바트로스의 시간’이다. 두 작품 모두 주제를 형상화하는 상징성이 뛰어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호흡이 탁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빚에 매여 사는 공무원 여자의 이야기인 ‘알바트로스의 시간’은 화자 자신의 이야기, 엄마의 죽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민원인의 이야기, 민원인의 삶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 등 너무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어 주제의 선명함을 훼손시키고 있었다.
이에 비해 ‘블랙 스팟’은 적색 색맹인 화자의 일상과 심리가 세밀한 관찰력으로 잘 표현되었고, 마지막에 연인 약사의 비밀인 ‘황반변성’이라는 질병을 제시함으로써 반전의 결말로 잘 유도하고 있었다. ‘눈’의 의미와 일상에 퍼져 있는 ‘색’의 의미, 그리고 ‘삐꾸’라는 별명이 상징하는 바를 잘 형상화함으로써 작품의 완결성을 획득하였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두 심사자는 기꺼이 ‘블랙 스팟’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축원한다.
(심사위원 조갑상·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