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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지혜로운 국민이 나라를 살린다- 하봉준(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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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해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였다. 2017년 새해도 미국과 중국 등 불확실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국내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국가가 어려울수록 훌륭한 지도자의 리더십 아래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뜻을 합쳐야 극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리더십 붕괴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위기는 어디서부터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최순실 사태로 “이게 나라냐”라며 모두가 분노하고 좌절했을 때, 희망의 불씨는 다름 아닌 나라의 주인이자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국민들로부터 나왔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2000년대 이후에야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경제적 성장, 세계일류 제품, 빙상과 골프 등 스포츠 분야의 성과, 한류의 성공 등이 쌓여서 이루어 낸 성과였다. 전쟁과 빈곤의 연상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국인임을 부끄럽지 않게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어렵사리 쌓아올린 국가 이미지가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십상시, 비선실세 등 왕조시대에나 나올 법한 용어가 등장했고, 상식과 원칙이 없는 이 나라에 많은 이들이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수치와 좌절에서 벗어나 다시 희망의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국민들이 이루어낸 평화로운 촛불집회라고 할 수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한다. 하지만 윗물이 맑기를 기대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랫물이 깨끗함을 유지하면서 그 양과 자정능력으로 더러운 물이 존재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보수냐 진보냐의 노선 문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어느 쪽이건 더러운 물로 오염돼 있다면 해답이 될 수 없다. 거짓 정치와의 단절이 우선돼야 한다. 언제든 노선을 갈아타면서 개인의 이익과 연결시키고, 문제가 되면 수시로 말을 바꾸는 정치인이 발을 디딜 수 없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공동체는 상호협력에 의해서 유지 발전된다. 상호협력에 반해 거짓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구성원이 만연하면 그 공동체는 붕괴하게 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집단에 소속된 개체를 수행 전략에 따라 봉(sucker), 사기꾼(cheater), 대항자(grudger)의 세 유형으로 구분한다. 봉은 이타적 협력자로 상대의 보답에 관계없이 협력(가령 털 손질)을 한다. 봉이 많은 집단은 상호협력을 통해 유지되지만, 사기꾼이 등장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남에게 도움만 받고 보답은 하지 않는 사기꾼은 생존에 유리하므로 급속히 개체 수가 확대된다. 결국 봉은 사라지고 사기꾼만이 남게 되고 이들 또한 생존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상대가 없어 사라진다.

    집단이 살아남는 방안은 세 번째 전략, 즉 처음 만나거나 보상을 하는 상대에게는 협력을 하지만, 자신을 속인 개체에게는 협력을 안 하는 전략을 가진 대항자의 확산이다. 그런데 사기꾼에 비해 대항자의 수가 적으면 필요한 협력을 받지 못해 멸종하게 된다고 한다. 봉이 일정 숫자 이상 있을 때 대항자가 숫자를 늘려 나갈 수 있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사기꾼의 숫자를 줄이면서 전체 집단의 유지가 가능하게 된다.

    진화의 원리가 인간공동체에도 적용된다면, 사욕만을 추구하는 사기꾼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대항할 수 있는 다수의 현명한 국민이 존재해야 우리사회가 유지 발전할 수 있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면수심의 무리들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순진하게 남을 위해 희생하는 착한 이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사멸하지 않도록 사기꾼이 누구인지 무슨 짓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내서 이에 대해 응분의 처벌을 가함으로써 그 싹이 자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제 지혜로운 국민이 나라의 희망이다.

    하봉준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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