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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남에도 인문학을 융성하게 하자- 명형대(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7-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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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기운을 받아 우리의 일상에도 어제와 다른 새 변화의 바람이 분다. 그러나 엊그제의 정치적 혼란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실마리를 잡아가는 듯하지만 우리들 마음의 충격은 아직도 공황상태에 있다. 살아가노라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의 바탕이 되는 대지는 언제나 그렇게 놓여 있기에 우리는 마음 놓고 남을 미워까지도 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런데 지난 모든 사건은 한마디로 지진이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뿌리째 뽑아 송두리째 뒤엎는 지진이었다. 노도 같은 함성과 촛불의 물결이 휩쓴 뒤에도 빈 집에 혼자가 된 가슴에는 절망과 공허함이 겨울밤 차가운 밤바람처럼 머뭇거린다. “이게 나라냐?” 되뇌며 갈라지는 대지 위에 선 우리들 각자의 피폐해지는 일상은 정신적 공황을 맞는다. 수조원의 뇌물로 국정을 농단하는 대기업들과 붕괴된 멘탈리티로 온 국민과 나라를 농락하는 무리들의 세상.

    어떻게 해야 이 힘든 질곡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불신의 정치적 혼란과 치욕의 상처를 이기고 역경을 뛰어넘게 할 수 있을까. 샤먼이 아닌, 그 무엇이 우리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를 다시 우뚝 세울 수 있을까. 더 나은 삶의 가치로 단단한 대지에 발을 내딛고 믿음으로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인간다운 가치와 존엄과 근원을 찾아가게 할 것은 없는가. 보다 근본적인 존재의 깊이를 되찾아줄 것은 무엇이던가. 어제와는 다른, 우리가 더 이상 현혹되지 않고 찾아야 할 옳고 바른 길은 무엇인가.

    우리 스스로가 길을 찾아야 한다. 다시는 더 좌우의 늪에서 헤매지 않기 위하여, 다시는 더 진보와 보수의 혼돈을 않기 위하여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가를, 다시는 더 이성과 샤먼을 혼동하지 않기 위하여 바른 정치인과 무당의 구별을, 정치적이거나 비정치적이지 않기 위하여 삶이 정치라는 것을 더 잘 알고 싶다.

    중세의 암흑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은 르네상스의 인문정신에서 우리는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역사와 문학과 예술과 종교와 철학에서 새삼 그 존엄의 근본이 되는 인간 본질을 찾을 수 있다. 고집과 관습에 안주하던 틀을 깨고 우리는 새로운 사유로 이전과 다르게 변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상처받은 인간의 존엄을 바로 세우는 인문정신이며 우리가 찾아가고자 하는 인문학의 길이다. 다시는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 섞인 질문을 않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을 키워내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 인문학적 교양으로 우리 스스로를 무장시켜야 한다.

    우리는 공허한 우리들의 마음을 진실과 희망과 인간의 존엄으로 다시 서게 할 조력자를 필요로 한다. 다른 많은 지역에서 끊임없이 많은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서는 간헐적으로 이런 강좌가 생겼다가는 없어진다. 우리에게는 언론사도 여럿 있고 인문학을 하는 종합대학도 있고 문화단체도 부지기수로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인문학 강좌를 지속시키지 못한다.

    총체적인 삶의 현실에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알려 그 분위기를 살려내고 이것이 바로 인간의 존엄을 붕괴하는 모든 것을 막아낼 수 있는 근본이 되는 길임을 알려서 인문학을 살려내어야 한다. 지자체에서 우리가 사는 길임을 알려 인위적으로라도 이를 장려하여야 한다. 단 한 명의 청중이 자리할지라도, 소규모로 줄여서라도, 먼 곳의 연사를 초빙하여서라도 인문학의 싹을 피울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우리가 또다시 엊그제 같은 멘탈리티의 붕괴를 맞지 않으려면 경남에도 인문학이 융성하는 시대를 맞게 해야 한다.

    명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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